길버트 카플란& KBS교향악단 &말러<부활>(카플란,한국초연!)
공연 /
2005-10-15 23:29:11
조회 : 14328
길버트 카플란이라는 이름은 말러의 교향곡 2번을 알게 되면 숙명적으로 만나는 이름일 것이다. 그가 한국에서 공연을 한 날은 성남의 아트센터 개관 후 첫 번째 공연이었다. 최초가 많아서 잠깐 공연 외적인 부연 설명을 하자면...
1. 공연장
공연장은 분당선 이매역 1번 출구에서 나온 방향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가면 도달할 수 있다. 그렇다고 택시를 탈 수도 없는 노릇이 이매역 출구에서 진입로는 바로 보이기 때문이다.-_- 아무튼 처음 보는 공연장의 모습은 잘 지어졌다는 느낌보다는 뭔가 잘 지어지려고 노력했다는 느낌이었다. 그렇다. 자연스럽지 못했다. 그리고 왠지 주중에는 강연장으로 쓰이고 주말에는 결혼식장으로 쓰일듯한 분위기의 건물이었다.
외관을 그렇다 치더라도 오페라하우스의 로비는 정말 내 선입견을 그대로 증명했다. 정말 주중 강연장 주말 결혼식장의 전형이었다.-_- 외관이나 로비가 공연장의 울림을 말해줄 수는 없지만 약간은 깔보게 된 것은 사실이었다. 실제 울림은 차차 설명하면서 털어 놓겠다.
2. 자리배치
1층은 두 구역으로 나눌 수 있는 데 앞부분은 완만한 경사이고 뒷쪽은 약간 경사가 있다. 통로의 계단에는 카펫 같은 것이 없어서 비오는 날이면 미끄러질 염려가 들었다. 적어도 오케스트라 공연이라면 성남아트센터 오페라 하우스의 경우 앞보다는 뒷쪽 섹션이나 2층 앞자리에 자리를 잡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악기 소리가 현악기쪽(앞쪽)은 잘 들리지만 뒤로 갈 수록 안들린다. 경사 문제다.
3. 공연
공연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신념적 해석을 따라잡기 급급한 연주가 목욕탕에서 열렸다.' 이다. 카플란의 해석이란 것이 존재할끼? 물론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철저하게 말러의 지시를 방패로 뒤로 숨는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말러 자신의 의도에 가장 가까운 연주의 재현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지휘는 신념적인 지시에 가까왔다.
불행히 이런 신념적 해석에 KBS 교향악단 및 독창자들은 따라가기 급급한 인상을 남겼다. 어쩌면 관료행정의 부산물인 무리한 일정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순전 추측이다) 물론 이후 만난 내 친구의 의견은 '그래도 최근의 말러 공연보다는 나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칭찬은 아니다. 두 번째 녹음을 듣지 못해서 최근에 어떻게 연주했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녹음 비해서는 느린 악장에선 더욱 느렸고 빠른 악장에선 상당히 빨랐다. 실황 특성인지도 모르겠지만...
카플란 자체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으나 나머니 연주진과 공연장에 대해서는 상당한 불만이 있는 셈이다.
4. 후기
공연장에 대한 이슈가 더 앞섰다. 저 목욕탕 사운드를 어찌할 것인가... 정확히는 잔향이 많다는 것보다는 소리가 뭉쳐서 포르테에 총주로 들어가면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뭉쳐서 명확히 들리지 않는다는 것. 오페라 하우스라서 오케스트라 피트를 가라앉힌 상태의 음향을 고려한 것일까 등등의 의문이 꼬리를 물었지만 당연히 답은 나올 리가 만무했다. 성남아트센터 오페라 하우스에서 르네상스 폴리포니 합창 공연이 있다면 기꺼이 가길 바란다. 갑자기 악취미적인 의문이 들었다. 그럼 콘서트홀의 음향은 어떨까?
Postscript:
진행상의 미숙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공연 중에 전자기기의 고주파 잡음은 정말 참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