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카를로 발레단 <신데렐라> (한국 초연!)
공연 /
2005-10-29 08:22:27
조회 : 12352
29일 오후6시 마지막 공연을 남겨둔
몬테카를로 발레단 <신데렐라> 한국초연(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 대한
조선일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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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신데렐라> 리뷰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내민 콜럼버스의 달걀.. 21세기 발레로 가는 출구 제시"
장선희·세종대 무용과 교수 (조선일보 2005년 10월 29일자)
27일 막을 올린 모나코 왕립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신데렐라’(29일까지 성남아트센터)는 우리에게 신데렐라의 ‘맨발’을 보여준다. 우리가 오랫동안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에 관심을 두고 있는 동안,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안무가 마이요는 ‘콜럼버스의 달걀’을 내밀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었지만, 아무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신데렐라의 맨발은, 남성 백조나 흑조를 떠올리게 하면서 고전을 재해석하는 하나의 모델을 제시한다. 마이요는 또한 신데렐라를 어린이용에서 성인물로 끌어올리는 데도 성공하고 있다.
신데렐라를 뺀 모든 여성 출연진은 토슈즈를 신었다. 토슈즈는 발레의 가장 핵심적인 상징이거니와 평범한 드레스 차림을 한 신데렐라는 맨발로 춤을 춘다. 신데렐라는 전통과 격식을 벗어던지고 자유와 순수, 소박함과 우아함을 맨발의 춤을 통해 보여준다. 마이요의 이 같은 비틀기는 발레의 환상성을 강조하면서도 풍자와 유머를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국내 관객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요술이 풀리는 운명의 시간 12시, 계단 위로 금빛 가루를 묻힌 발 한쪽이 잔잔히 조명을 받는 장면과 금빛 가루가 뿌려지는 가운데 신데렐라와 왕자가 결혼식에서 키스를 나누는 3막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마이요는 고전을 현대로 불러내되, 원전을 함부로 왜곡하지 않는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온고이지신’인데, 이 같은 마이요의 작업이 유럽 발레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마이요는 세련된 구성과 표현기법으로 실제 현실과 가상공간 의 경계를 넘나든다. 원작이 갖고 있는 원형성과 보편성에 디지털 시대의 첨단 매체를 살짝 덧씌움으로써 21세기 발레를 위한 하나의 출구를 제시한다.
이번 무대는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을 따라가면서 파격적인 동시에 감각적인 움직임을 조화시켜, 객석을 압도한다. 인물의 성격은 의상을 통해 즉각 대비된다. 신데렐라가 잿빛 원피스를 입었다면, 요정은 온몸에 금빛 가루를 묻히고 속살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금빛 튀튀를 입었다. 구성의 새로움은 요정이 신데렐라에게 보여주는 우스꽝스런 극중극과 무도회의 군무에서 돋보였다. 요정 역의 베르니스 코피에르테스와 신데렐라 역의 오렐리아 쉐페르의 기량과 연기력은 압도적으로 빛났다. 한국인 단원 한상이씨를 포함한 군무진의 역량도 뛰어났다. 여기에 감각적인 튀튀, 긴 와이셔츠와 넥타이, 인간 마네킹의 의상쇼, 동화책을 상징한 플라스틱 조형물의 유기적 전환 등이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마이요가 선보인 ‘신데렐라의 맨발’에 박수를 보내는 한편, 성남아트센터가 앞으로 한국 공연예술의 ‘콜럼버스의 달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공연 문의 (031)783-8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