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카를로 발레단 <신데렐라> (한국 초연!)
공연 /
2005-10-29 08:23:58
조회 : 12401
29일 오후6시 마지막 공연을 남겨둔
몬테카를로 발레단 <신데렐라> 한국초연(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 대한
한국일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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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신데렐라> 리뷰
“역대 신데렐라 중 가장 성공한 발레… 얄미울 정도로 성공한 발레”
박성혜ㆍ무용평론가 (한국일보 2005년 10월 29일자)
‘현대여성’ 신데렐라와의 만남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27일 개막한 몬테카를로발레단의 ‘신데렐라’는 기존의 클래식 발레와는 확연히 다른 작품이었다.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에 맞추어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동화의 주인공 신데렐라가 유리구두를 잃고 나중에 왕자를 만나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는 것까지는 여타의 발레 작품들과 같다.
하지만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는 ‘신데렐라’를 새롭게 각색해 지금까지 공연된 다른 작품과 뚜렷한 차별을 두었다.
우선 눈에 띠는 것은 엄청난 상징과 생략을 동반한 의상과 무대미술. 금색과 은색, 흰색과 같은 무채색이 주종을 이루면서 약간의 원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세련된 의상과 몇 개의 움직이는 흰색 막으로만 무대 배경을 전부 설명하면서 소화해내는 재치가 돋보인다.
이 작품의 백미는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과 창조였다. 안무가는 죽은 엄마를 잊지 못하는 신데렐라의 아버지를 부각시켰다. 자신의 아내 모습을 신데렐라를 돕는 요정에서 찾아 새로운 2인무의 관계를 만들었다.
여기에 육감적이고 아름다운 요정과 철이 덜 든 왕자가 순수하고 주체적인 현대 여성 신데렐라를 만나 변신한다는 설정도 재미있다. 그 중에서도 신데렐라의 구두를 맨발에 약간의 황금 가루가 뿌려진 ‘자연의 발’로 설정한 부분이 가장 이채롭다.
유리구두가 인위적이며 외관을 치장했다는 의미였다면 자연스러운 맨발은 주체적 자각과 순수함의 상징이었다. 왕자가 그러한 신데렐라를 만나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마술에 의지한 잠깐의 눈속임보다는 당당한 독립된 자아를 가진 여인으로, 자연인으로 그려진 신데렐라는 지금까지의 신데렐라와는 다르다. 그리고 그 순수함의 상징으로 등장한 맨발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 작품을 현대발레로 변신시키기에 충분했다.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을 자유자제로 사용하면서 표현을 극대화하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은 결국 전부 표현하는 데 성공한, 정말 얄미울 정도로 성공한 발레 ‘신데렐라’다. 현대적 표현 기교, 현대적 정서가 모두 녹아있는, 그래서 역대 ‘신데렐라’ 중 가장 성공한 발레였다. 29일 오후 6시 마지막 공연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