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
기타 /
2005-11-24 15:34:30
조회 : 12434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제2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제2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 >
평자가 이미 몇 번 거론했지만, 근래 우리 나라 무용계에는 자신의 예술작업에 몰두하지 않고, 무슨 무용제니 콩쿠르니 하는 것들을 만들어 놓고, 병역비리나 상금 혹은 지원금 착복 등의 범죄행위나 저지르는 사이비무용가들 - 근래에는 사이비 협회장, 사이비 기획자, 사이비평론가, 심지어는 사이비 기자들까지 끼어들고 있는데 이들은 언젠가는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 이 창궐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나랏돈은 눈먼돈이라 생각하고, 한해 수십 억 원에 달하는 문화관광부, 문예진흥원(근래 새로 발족한 문화예술위원회의 전신), 서울문화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아무런 감사를 받지 않고, 무용계의 봉이 김선달이 되어 국민의 피 같은 혈세를 낭비 혹은 착복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해 약 10억 원의 국민의 세금 등을 지출하고 있는 제2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가 지난 9월 4일부터 7일까지, 국립국악원, 서울교육문화회관,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 등에서 있었다(평자는 이 본선 이외에도 지난 7월 5일부터 7일까지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있었던 국내예선도 보았다. 따라서 이 평론을 7월의 국내예선과 9월의 본선을 함께 묶어서 쓴다).
7월 5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본 발레 시니어 부분 국내예선은 객석이 거의 텅텅 비워진 상태로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전혀 경선의 느낌이 나지 않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참가한 학교나 단체가 지극히 한정된 느낌이었고, 우리 나라 발레계의 외면 속에 이루어지는 분위기였다.
국내 예선 참가자들의 실력이 전반적으로 너무 약한 모습이었는데, 그나마 North Carolina Dance Theatre의 최원진과 유니버설발레단의 강미선 등의 기량이 뛰어나 보였다(그런데 최원진은 5명의 본선 진출자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어떤 이유인지 알 수가 없다).
7월 6일에 있었던 현대무용 예선에서도 몇몇 학교만 참여한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는데, 우선 현대무용 주니어 부분은 참가작이 너무 적고 작품내용도 떨어졌다(그런데 모두 8명이 참가한 현대무용 주니어 부는 2명이 기권하고 6명만 실제로 경선 하였는데, 나중에 본선에 4명이나 올라와 있었다).
14명이 참여한 현대무용 시니어 부분도 관객들보다 스텝이나 심사위원들이 훨씬 더 많을 것 같은 분위기 속에 이루어졌는데, 대부분의 작품들이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좋은데, 작품에 의미를 담아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그런데 이 중 11명이 9월의 본선에 진출해 있었다).
9월 3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개막 축하공연' 공연을 기다리고 있던 평자는 몇가지 상념에 빠져 있어야 했다. 과연 이런 콩쿠르가 이렇게 많은 돈을 지출하면서 '국제'라는 이름을 달고 진행되어야 하는가? 국고만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이 행사의 의미는 무엇인가? 과연 이 행사가 우리 무용발전에는 어떤 기여를 하는가? 국내예선은 저렇게 부실했는데, 외국 참가자들은 어떻게 뽑았는가? 이들의 참가경비는 어떻게 조달되는가? 이 행사가 '행사'를 위한 '행사'가 되는 것은 아닌가?
'민족 무용' 파트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국제 한량들을 모아놓고 해마다 한번씩 국민의 혈세로 한판 크게 놀아버리고 마는 것은 아닌가 - 실제로 팜플렛을 보면 VIP 등이라고 해두고 이상한 신분의 사람들을 수십 명씩 초대하고 있었다 - ? 이 행사에 쓰이는 돈이면, 1년에 30여명 이상의 무용학생을 해외에 1년 동안 유학을 보낼 수 있는 돈인데 하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는 것이다.
식전 인사말 등에서 "이 대회가 경연만 아니고 예술을 통해 하나가 되기 위해 모였다" 운운의 말이 나오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 해봐도 밑에서 뿌리를 가지고 올라오는 행사가 아니고 허공에 둥둥 떠있는 행사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수화인지 마임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일본의 조잡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이미남의 '아리랑 환상무'가 이루어진 다음, 다시 무슨 과일 깎는 칼 같은 것을 들고 나온 일본 춤이 지루하게 이어지는데 객석을 고문시키고 있다.
질려버린 관객들이 많이 빠져 버린 다음, 서울예술단의 7고무 등이 이어지고 다시 사물놀이가 무용의 진지한 분위기를 깨어버리고 있다. 9월 5일 교육문화회관에서 있었던 현대무용 본선(말이 본선이지 이미 앞에서 보았지만, 국내 예선 참가자들 대부분이 그대로 본선에 나타나, 총 참가자 80명중의 한 명이 되고 있었다)에서도, 심사위원들은 호화찬란하게 보였는데, 참가자들은 빈약한 느낌이었다.
특히 말은 국제콩쿠르라고 되어있는데 참가자들의 분포도 대부분 한국 무용수들이었고, 미국, 독일, 영국, 벨기에, 프랑스 등 현대무용의 강국 무용수들은 거의 아무도 참석하지 않고 있었다. 기껏 일본과 중국의 무용수들이 주로 보였는데 - 무용 장르 구분 없이 모든 무용을 교육시키는 중국 같은 경우는 참가자들을 경연부문별로 배분시켜 상을 휩쓸어 가는 모습이었다 -, 이는 국제콩쿠르라기 보다, 한, 중, 일 3국 경연대회로 볼 수도 있겠다.
주니어 현대무용 부문은 중국민족해방군예단 소속의 남자무용수 친 지앙웨이의 작품이 표현을 이루며 여유 있게 펼쳐졌다. 그리고 일본의 마나 타카하시도 창의적 움직임과 이미지를 만들어 나갔다. 한국 참가자들의 작품은 대부분이 기교만 나열되고 작품에 표현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현대무용 시니어 부분은 천 웬, 지장, 보페이, 디왕(이들은 주로 중국군대 소속 남성무용수들이었는데, 평자가 익히 들어 온대로 이들의 '안무' 능력은 빼어났다) 등 중국 무용수들의 뛰어난 표현력의 경연장이 되었다.
한국 현대무용수들은 대부분이 좋은 움직임의 능력을 가졌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에 집중하여 담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어떤 기교를 의식 없이 사용하여, 움직임이나 기교를 낭비하고 있었는데, 이는 한마디로 창의적 '안무'능력의 부재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날 관객들이 자신과 관계 있는 사람의 공연이 끝나면 큰 소리로 떠들며 집단으로 빠져나가기도 해, 외국에서 온 참가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명색이 국제무용콩쿠르인데, 썰렁한 객석 속에서 관객들이 경연 도중에 나가버리는 모습에 몇 안되지만 자리를 지키던 외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9월 6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있었던 발레 주니어 본선에서는 남자무용수 최영규가 몸이 훨씬 성장한 상태에서 치밀하면서도 감성 있는 표현을 이루어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리회의 움직임도 상큼하기만 했고, 선화예술고등학교 김성은도 움직임에 감성을 진하게 담고있는 모습으로 앞으로 주역 감으로 클 가능성이 보였다.
역시 선화예술고등학교의 김은지도 작은 천사 같은 청순한 모습으로 객석의 큰 박수를 받았다. 외국무용수들은 창작 모던발레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였는데 유니버설 발레아카데미의 마티아스 디그만은 자기의 창작 발레 < Sertaki >에서 너무나도 풍요로운 느낌의 독무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 나라 참가자들의 일부에서는 자신의 몸에 맞지 않은 작품들을 들고 나와 스스로 불리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발레 시니어 본선 경연에서는 세종대학교 이동훈이 균형감 있는 움직임을 탄탄히 이루어냈으며(두 번째 '해적'에서는 약간 흔들렸다), English National Ballet의 마리아 코체트코바의 움직임도 정확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박귀섭, 김나은 커플의 < 에스메랄다 >도 여유로운 듀엣을 하모닉하게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특히 박귀섭은 모던발레에서도 온 몸으로 이야기하는 표현력 있는 움직임을 이루어냈다.
Ballet Internationale Indianapolis의 오굴칸 브로바와 키로프 발레단의 에카테리나 오스몰키나는 클래식발레 < 다이아나와 악테온 >에서는 오스몰키나의 주도 속에 이루어내는 모습을 보였지만, 모던발레 'Both of Me'에서는 오굴칸 브로바가 자신만의 움직임을 설득력 있게 만들어 나갔다.
정영재와 신윤경 커플도 클래식발레와 모던발레 모두에서 차분하게 자신들의 표현을 펼쳐나갔다. 그리고 중국 국립발레단의 보유, 지안 장이 함께 이룬 창작발레 < Once Upon A Time >도 부부간의 침실 이야기를 결코 과장되거나 유치한 움직임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지성적으로 이루어 나갔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발레 국내본선 진출자 중에서 국내예선을 거치지 않은 참가자들이 많이 보였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본선을 치른다면, 국내예선이라는 것은 왜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9월 7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있었던 폐막식 및 갈라 공연에서는 이 행사의 성격이 어떠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해프닝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나비 넥타이를 맨 사회자가,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가며 엉망의 진행을 하고 있어 객석을 불안하게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런 설명 없이 20분 이상씩이나 객석의 관객들을 그냥 앉혀두기도 하다가 늦게 시작된 폐막축하공연(과연 이런 것들이 필요할까)은 어수선한 가운데 진행되었는데, 김복희무용단 등이 자신 없는 모습으로 오래 전 스타일의 무용을 아무런 의미 없이 나열하고 있었다.
여기서 다시 이번 행사의 팜플렛 인사말을 살펴보면, "세계 주요 무용계 인사들이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자리를 마련", "국내외 예술인들의 축제의 장", "경연의 장을 넘어 소통과 나눔이 있는 문화축제" 등이라는 말들이 나오는데, 도대체가 이 '국제'콩쿠르의 치열함과 순수함과 진정성을 떨어뜨리는 느낌이다.
사실 이 행사는 이제 올해 것이 끝났기 때문에, 내년 이때까지 무용계를 위해 아무 것도 가시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없다. 만약 이 행사가 이미 앞에서 본대로 맥빠진 예선에 나왔던 참가자들이 거의 그대로 본선에 참가하는 모습이 계속된다면, 이 행사는 우리 무용계에 또 하나 이상한 '괴물'이 생겨있는 경우가 된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