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국노 이완용이 떠오르던 일본 부토 한국공연 팜플렛
기타 /
2005-11-24 15:36:06
조회 : 12565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매국노 이완용이 떠오르던 일본 부토 한국공연 팜플렛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매국노 이완용이 떠오르던 일본 부토 한국공연 팜플렛 >
지난 7월 중순 미국 LA 방문 비행기 속에서, 짧은 방문 일정의 시차를 조절하기 위해 다른 승객들이 모두 잠에 빠져 있는 동안 혼자서 신동아 7월호를 읽었다. 바쁜 삶 때문에 오랜만에 읽는 월간지이지만 전남대학교 교수라는 일본인 미즈노 슌페이에 관한 기사는 흥미(?)로웠다.
평소 구수한 호남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친한파'로 자처하고 있는 미즈노가 '노히라 슈스'라는 필명으로 일본의 극우잡지 '사피오', '쇼쿤' 등에 한국의 나쁜 이미지 알리기의 최선봉에 나서고 있다는 기사였다. 분노스러웠지만 평소 일본인들의 이중성을 그런 대로 알고 있는 평자는 그러면 그렇지 하는 가증스러움 속에 있어야 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하루 전인 어제 밤(8월 7일) MBC에서는 '메이지유신 세력들이 고도의 상징 조작을 통해 만들어낸' 일본 '천황'에 대한 방송이 있었는데, 스스로도 세뇌된 일본인들의 모습에서 공산 독재주의 못지 않은 후진적 광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난 6월말부터 7월 초 까지 '우리 나라' 국립극장에서는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회장 : 이종호)에서 주최, 주관하고 기획까지한 - 문화관광부 등에서 후원한다고 되어 있다 - '한일 우정의 해 춤 교류전'이라고 하며 < 일본 부토 페스티벌 >이 있었다. 썩어빠진 더러운 움직임의 전형을 익히 알고 있는 평자가 다시 본 부토들도 돼지 목 따는 소리를 질러대는 3류 퍼포먼스 그대로였다.
어쨌든 정확한 무용 기록을 위해 팜플렛을 자세히 읽어보니 정말 이렇게 의식 없는 문화교류(?)가 있어도 될까 하는 절망감을 지울 수 없었다. 일본의 부토는 일본이 전략적으로 개발해 세계에 의도적으로 전파시키는 혐오스러운 '행위'가 된다.
그리고 이들은 일본에서 부토가 시작된 것이 핵 폭탄을 맞은 슬픔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슬픔을 딛고 일어서서 전쟁을 미워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토를 한다고 한다. 이럴 때 이들은 자신들이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 나라를 침략하여 무고한 사람들을 수 백 만 명씩이나 죽이고 사지로 내몰았던 침략자라는 것은 잊는다. 그리고 결코 사과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평화를 사랑하는 허무감 때문에 부토를 만들어 세계에 전파한다고 한다.
그런데 평자로 하여금 공연에 대한 평론을 쓰기 전에, 팜플렛에 적힌 내용에 대한 칼럼을 먼저 쓰게 하는 분노가 생긴 것은, 이 페스티발(?)을 후원하고 주최했다는 인물들의 팜플렛 인사말들 때문이다.
우선 이 행사를 공동 주최한다는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다이라 쿠다칸, 칸사이 아키라 등 부토 거장들의 공연 및 관련 강연, 포럼 등을 통해, 일본 문화의 독특한 한 부분이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부토"라고 해두고 있다.
그리고 "국립극장이 한국국제교류재단, 일본국제교류기금, 국제무용협회와 함께 이런 남다른 축제를 주최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라고 한 국립극장(공동 주최자로 되어있다) 극장장은, "서구의 표현주의와 전후 일본의 허무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일본의 현대예술로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부토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은다"라고 했다.
'한일 우정의 해 춤 교류 전 예술감독'이고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회장'이라고 해 둔 이 행사 '기획자'는, "일본 현대무용은 수준이 높지 않다는 (우리들의) 편견은... 그 동안 프로페셔날 한 교류 창구 혹은 기획자가 없어서 그랬다"라고 하면서(일본측에 보고(?)하는 듯한 말투의 이 말이 정말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유럽인들은 (부토를) 독일 표현주의와 미니멀리즘의 산물이라면서 그 비중을 낮춰보려는 경우도 있지만, 매우 독특한 공연 장르로 우뚝 서서 구미 무용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일본의 자산이다"라고 해두었다.
언제 그렇게 모두 일본 부토에 심취했는지, 일본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스스로 해주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일본국제교류기금 - 여기서 나오는 돈이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우리들을 힘들게 만들어 온 더러운 성격의 돈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 이사장 오구라 가르오는 "1950년대 말 일본에서 하지타 타츠미에에 의해 만들어진 전위무용이다"라는 식의 점잖은(?) 말만 짧게 하고있다.
여기서 하나 더 소개하고 싶은(?) 이 행사 '기획자'의 말은, "어떻게 서구의 공연예술계에 그처럼 커다란 충격을 가했으며 구미 무용가들이 부토를 배우러 일본을 찾아오고, 자신들의 안무에 부토의 요소를 가미하며, 심지어는 서양인들끼리 부토 무용단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할까? 마치 아시아인들이 서양예술인 발레를 전공하듯이 말야"라는 것이다.
평자가 영국에서 무용학을 공부할 때 영문으로 읽은 조잡한 부토 소개 내용과 너무나도 잘 들어 맞는 이 글들은 마치 일본 사람들이 적어 준 것을 그대로 쓰는 것 같이 보였는데, 평자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자신의 '기획' 영역을 넓히기 위해 민족 의식을 내팽개치는 위험한 '아첨'처럼 보인다.
사실 일본은 약 1세기 전 우리 나라를 합병시킬 때도 민족 의식이 없고 이권에만 눈이 어두워있던 인간들을 이용했다. 그리고 그 동안 일본 부토의 한국 침투 노력도 몇몇 한국측 무용인들을 통하며 암암리에 이루어져 왔다.
창무회의 김매자, 죽산예술제의 홍신자, 무트댄스의 김영희 등이 된다. 특히 이화여대 한국무용전공 교수인 김영희의 춤이 일본 부토 움직임에 감염되어 에이즈에 걸린 모습이 되어 우리 전통 무용의 춤사위를 망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무용계 전체가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 있다(김영희는 이번 '부토 페스티벌'에 '한일공동제작'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드디어 일본 부토 한국 진출의 바톤이 스스로 '프로페셔널한 기획자'이며 '예술감독'이 된 사람의 손으로 넘어 가는 모습이다. 무용예술의 미학적, 정치적 개념을 하나도 갖추지 못한채 자신의 이권 확보를 위해서 일본의 입맛에 맞추는(사실은 영문까지 함께 써둔 팜플렛 내용조차도 일본의 사전검열을 받은 듯한 모습이 역력하다) 망발을 남발하고 있던 이번 공연은 우리 무용예술에 에이즈 균을 퍼뜨린 것이 된다.
"'스미마셍' 한마디의 정확한 용법도 잘 모르는 내가 무슨 일본 문화전문가라도 된 듯 떠들어서 민망하다"고 제법 교묘한 겸손까지 일본에 떨어주는 모습이, 앞에서 말한 미주노 슌페이처럼 돌아서서는 일본을 비판하며 우리 문화나 무용을 사랑하는 '이중성'이나마 가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괜히 떠오르고 있는 이완용의 모습과 겹치게 만들고 있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