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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벨라루스국립발레단 - 호두까기인형

기타 / 2005-12-27 09:58:28 조회 : 12230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벨라루스국립발레단 - 호두까기인형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벨라루스국립발레단 - 호두까기인형 > 70년만이라고 하는 폭설이 내려있는 전라남도 서부지역을 관통해 순천으로 가는 기차에서 본 창 밖 풍경은 끝없는 ‘눈의 나라'였다. 평자는 크리스마스 이틀 전인 지난 12월 23일 구 러시아의 3대 발레단 중의 하나인 벨라루스국립발레단의 발레 ‘너트크래커’를 보기 위해 눈의 나라를 지나 순천으로 갔다. 순천문화예술회관 로비에 모인 어린이 관객들은, 비록 로비는 하루 전(12월 22일)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인형’공연이 있던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화려하고 넓은 로비의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얼굴 표정만큼은 서울 어린이들 못지 않게 밝고 맑은 느낌이었다. 움직임과 자태만 기품 있는 것이 아니고, 예술적 향취까지 그득한 춤을 추고있던 이날 공연(벨라루스국립발레단은 부산, 순천, 대구에 이어, 오늘과 내일 - 12월 27일, 28일 - 이틀 동안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공연을 가진다)에서, 평자는 이번 공연단을 직접 이끌고 우리나라에 온 발레단 단장겸 안무가인 발렌틴 엘리자리예프의 안무의 위대함을 느꼈다. 입장권이 완전히 매진되어(객석이 800여 석 밖에 되지 않는 크지 않은 공연장이었지만, 발매 이틀만에 완전히 매진되었다고 한다), 극장측에서 1층 중앙 열 후방에 놓아준 간의 의자에 앉아 공연을 기다리는데, 드롯셀마이어가 3개의 인형을 한꺼번에 데리고 나오며 막이 오른다. 다시 무대 좌우에서 26명의 캐릭터댄스 등 무용수들이 등장하고 무대는 밝아지고, 어린이들의 ‘와’ 하는 탄성이 터진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의 군무가 드롯셀마이어의 섬세한 지휘 속에 투명한 이미지를 만들어 나간다(엘리자리예프는 자신의 ‘호두까기인형’에서 드롯셀마이어가 작품을 이끌어 가는 지휘자 역할 - 마치 ‘지젤’에서 미르타나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라일락요정 같이 - 을 하게 하고 있었다). 쥐들이 나타나고(무려 18마리나 나타난다), 쥐들의 움직임조차 섬세하게 안무한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쥐들과 왕자의 병사들과 치열한 전투가 끝나고, 이제는 진짜 왕자가 된 호두까기왕자와 클라라의 깨끗한 2인무가 기품 있게 이루어진다. 마치 모두가 주역 같이 뛰어난 자태를 가진 16명의 여자 군무들이 나타나, 입체적인 안무구조 속에서, ‘눈송이 왈츠’를 상큼하면서도 현란하게 만들어 내고 있다. 각 국의 캐릭터댄스로 시작된 2막 초반부의 압권은 단연, 남녀 2명이 이룬 ‘아라비아 춤’이다. 완벽한 황금빛 의상을 입은 남녀 두 명이 목을 길게 뽑아 좌우로 흔들어 주기도 하면서 선명하면서도 정교하게 이루어 내는 이 춤은, 이 춤이야말로 진정 아라비아 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남녀 2인무로 변형시킨 ‘양치기 소녀와 늑대의 춤’도 화려한 기교가 가미된 예술성 높은 2인무가 되어 있었다. 다시 12쌍의 남녀 24명의 무용수들이 나타나 - 이들은 모두 하나 같이 주역처럼 아름답고 늠름한 자태를 지녔다 - 보석처럼 찬란히 빛나는 ‘꽃의 왈츠’를 만들어 나간다. 여기서도 엘리자리예프 고유의 독특하고 입체적인 안무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런 ‘안무’야말로 우리나라 모든 무용안무가들이 와서 보고 느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군무들을 함께 참여시키는(그만큼 군무들의 기량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 될 것이다), 왕자와 클라라의 숨막히는 그랑파드되는 또 다른 감동이 된다. 이날 호두까기왕자 역을 맡은 올레그 예롬킨은 정말 뛰어난 기량과 예술적 향취가 물씬 묻어나는 움직임으로 객석에 풍만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었다. 역시 뭔가 이야기를 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던 클라라 역의 루드밀라 쿠드랍세바도 아름답고 청순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이들은 이날 마치 발레 ‘호두까기인형’에서의 그랑파드되는 이렇게 추어야 한다는 모범을 보이고 있는 듯 했다. 평자가 올해 본 가장 환상적인 발레 커플이었다. 무용수 전체가 나와 코다를 이루고 함께 박수를 치며 마무리되던 이번 공연은, 이미 앞에서 말했지만, 자기만의 독특한 안무로 뛰어난 무용수들의 기량을 완벽히 작품에 담아내던 이 발레단 단장겸 안무가인 엘리자리예프의 ‘안무’의 승리였다. 발레 ‘너트크래커’를 완전히 새롭게 해석하여, 차이콥스키의 주옥같은 음악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듯한 느낌을 주던 이번 공연은 마치 ‘문학적인’ 너트크래커가 새롭게 탄생한 것 같은 기분을 던졌다. 무용 움직임의 무게가 중후하면서도 정교하고 깊이 있는 표현이 살아나고 있던 이번 공연은 오직 무용수들의 움직임이나 입체적인 안무 등을 통해 발레의 스토리를 선명하게 이끌고 갔다. 그러면서 엘리자리예프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작품을 만나도 완벽히 요리할 수 있는 세계적인 안무가라는 것을 무대 위에서 확인시키고 있었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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