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파브르 - 눈물의 역사
기타 /
2006-02-20 01:45:44
조회 : 11607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얀 파브르 - 눈물의 역사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얀 파브르의 눈물의 역사 >
지난 1월 타계한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은 ‘예술은 사기다’라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하나 확실히 해두어야 할 것은 백남준이 ‘예술은 사기다’라고 할 당시의 세계 예술의 흐름은 ‘아무것이나 된다(anything goes)'라는 실험적 분위기가 거의 무르익어 갈 즈음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시대 모든 장르에서는 다시 투명한 의미와 메시지가 살아나고 있다. 즉 현시대 최고봉의 예술은 대책 없는 해체나 파괴를 더 이상하지 않고, 지성적인 의미가 객관적으로 섬세하게 살아나는 예술을 추구한다.
그런데 지난 2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 동안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있었던 얀 파브르의 < 눈물의 역사 >에서는 자신들끼리는 뭔가 표현하기 위해 넘치는 과잉대사와 저질스러운 몸짓으로 안달을 하는 모습이었는데 객석에는 혐오스러운 느낌 이상의 아무 것도 전달되지 못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전설적인 곤충학자 앙리 파브르’의 증손자라는 얀 파브르가 우리나라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사기를 치고 갔다는 것이다. 물론 이때 말하는 ‘사기’는 백남준이 말하는 실험적 의미의 ‘사기’가 아니고, 질 낮은 예술작품으로 선량한 한국의 무용관객을 우롱하면서 객석에 가두어 두고 고문시킨 파렴치한 일상의 ‘사기’가 된다.
공연시작 전부터 막이 올라있고(촌스럽다), 무대 중앙에 하프를 연주하는 여인이 있다(공연이 끝난 후 생각해 보니 자신 작품의 지극히 부족한 예술성을 음악 하는 여인의 우아한 자태로 커버하기 위한 것이다). 무대가 어두워졌다 밝아지며 두 다리와 두 팔을 든 공연자들(이 작품은 ‘무용’이라는 장르에 대해 사기를 친 것이 되기 때문에, 이 공연에 나와 있었던 출연자들을 ‘무용수’라고 할 수 없다)이 울고 있다.
우는 사람들을 을러다가 베게로 때리기도 한다. ‘나는 개다’라는 대사를 하기도 하고, ‘오줌을 쌌다’고 하기도 하고, 북을 때리며 연주하기도 하는데 작품이 집중력이 없고 산만하기만 하다. 계속 제법 현학적인 체하는 말을 떠벌리며 무대 위를 떠들고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신파의 느낌이다. 무대 전체에 유리그릇 같은 것을 잔뜩 펼쳐놓는데, 실제로 무대 공간을 전혀 쓰지 않겠다는 모습이 게으르게 보인다.
갑자기 ‘저주를 받아라’ 운운의 대사를 삽입하기도 하는데 역겹기만 하다. 여자가 서서 오줌을 누고 있는데, 어떤 예술적 사상을 표출하려는 것인지? 아랫배가 튀어 나온 남자가 나체가 되어 미친 듯이 날뛰기도 하는데 조잡스럽고 답답한 사기극이라는 것을 확인해 가게 만들고 있다. 제법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고 7~8명이 나체가 되는데, 예술적 감동 강화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계속해서 “우리 체액의 비명을 남겨두었소” 운운의 대사를 크게 지껄이고 있는데 관객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팸플릿에 온갖 잡다한 내용을 다 적어 놓고, 무대 위에서는 아무 것도 객석에 전달하지 못하고 있던 이번 사기 공연의 주범은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스스로 퍼포먼스나 연극 위주로 작업을 한다는 얀 파브르다.
하지만 이번 사기 공연의 주범 못지않게 죄질이 나쁜 공범은 촌지에 잔뜩 녹은 모습이 역력한 공연 전의 일간신문 기사였다. “메마른 시대 체액의 아름다움을 살리려”, “도발적 무용극 예매경쟁 후끈”, “알몸의 힘", "정말 다 벗느냐”등등 낯간지러운 기사 및 제목으로 우리 공연예술시장을 도떼기시장으로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또한 팸플릿을 보면 이번 공연이 엄연히 무용의 장르가 아니라는 것이 나타났는데도(팸플릿을 보면 스스로 출연자들을 dancer라고 하지 않고 performer라고 해 두었다. 그런데 시즌 홍보 목록에는 dance ballet 라고 해두었다) - 따라서 이 공연이 결코 무용 장르가 아니라는 것을 사전에 알고도 -, ‘무용’ 운운하면서 표를 팔고 싸구려 홍보를 해 나간 ‘예술의 전당’측의 관객 기만행위도 용서받지 못할 짓을 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앞으로 어떤 예술애호가들이 문화예술관련 신문기사를 믿고, 예술의 전당 기획공연을 믿겠는가? 2006년 2월 우리나라 예술의 전당에서 얀 파브르라는 공연 사기꾼이 ‘무용’이라는 순수 예술의 이름을 더럽히면서, 객석의 관객들을 심하게 고문시키고 떠났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