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같은 오페라 <마술피리>
공연 /
2006-04-27 10:57:55
조회 : 11433
수요일 공연을 관람한 후기입니다.
일단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근래에 본 공연 중에 가장 재미있는 공연이 아니었나 싶네요.
'마술피리'가 모차르트의 다른 작품인 '돈 지오반니'나 '피가로의 결혼'보다 극적인
요소가 떨어져서 조금은 지루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런 생각을 보기좋게
깨뜨린 공연이었습니다.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코믹한 대사나 연기, 그리고 시의 적절한 장면 전환과
음악과 어우러지는 극의 유려한 전개를 비롯해서 멋진 시각적 효과까지, 그 바탕에 관객을
많이 배려한 연출이 느껴졌습니다. 펼쳐지는 화면 하나하나에서 눈을 뗄 수가 없더군요.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
오늘 공연의 MVP라면 역시 밤의 여왕을 뽑고 싶습니다. 풍부하고 아름다운 소리,
그리고 난이도 있는 부분이나 고음역대도 무난하고 편안하게 부르셔서 듣는 사람까지도
편안하게 만드시더군요. 정말 멋진 밤의 여왕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라스트로의 베이스도 인상깊었습니다. 대단히 힘있고 무게있는 소리에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의 박력이 느껴졌습니다. 자칫 가볍게만 갈 수 있는
전개에 무게를 실어주는 훌륭한 베이스였습니다.
파파게노 역할을 하신 분은 한번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역할을 대단히 유머러스한 연기와 좋은 노래로 장식하셨거든요. 극이 재미있었던 데에는
이분의 공이 매우 큽니다. 연기도 재밌게 하시던데 노래도 정말 잘하시더군요.
극을 닫고 여는,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한 어린이(또는 천사)들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조연이지만 중요한 장면에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가벼운 역할이 아닌데, 대단히
자연스러운 연기를 멋지게 해내더군요. 노래도 정말 잘했습니다.
특히 중창하는 부분이나 솔로 부분 모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타미노와 파미나, 시녀, 사제, 모노스타토스까지 다들 노래를 너무 잘하셨습니다.
제 귀에는 거의 흠잡을 데가 없는, 멋진 노래를 들려주셨습니다. 그 호흡과 부드럽게
음을 처리하시는 부분 등등 정말 좋았습니다.
옥의 티라면 반주가 가끔 맞지 않은 부분이라 할까요. 몇몇 노래에서 오케스트라가
박자를 맞추지 못하거나 이상한 음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훌륭한 연주였습니다.
이런 즐거운 공연을 선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재미있고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사실 처음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갔는데 이렇게 훌륭한 공연을 보게 되서 놀랐습니다.
이정도 수준의 공연이라면 어느 무대에 내놔도 괜찮을 것 같네요.
이런 공연을 기획하고 만드신 모든 분들, 성남아트센터 사장님(사장님이신가요?),
감독님, 무대에서 직접 공연하신 분들,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해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무대 장치에서부터 조명, 극의 진행 등등을 담당하시는 스탭 분들을 비롯해
제가 언급하지 못한 이 작품을 만드는데 기여하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 멋진 공연을 관람하도록 해주셨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올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