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 - 신작발레 ‘춘향’ 1막 쇼 케이스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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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2 09:46:01
조회 : 11226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유니버설발레단 - 신작발레 ‘춘향’ 1막 쇼 케이스 공연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유니버설발레단 - 신작발레 ‘춘향’ 1막 쇼 케이스 공연 >
우리나라 공연단체 중 형식과 내용 모두 유니버설발레단만큼 국제화된 공연단체도 없을 것이다. 국제화 시대에는 우리 전통을 최소화시킴과 동시에 최대화 시킬 필요가 있다. “세계 메이저 발레단으로 도약하기 위해,... 유니버설발레단이 직접 만든 독창적인 작품으로 승부를 건다”고 한 유니버설발레단의 신작발레 < 춘향 > 1막 쇼 케이스 공연이 지난 6월 2일과 3일 이틀 동안 고양 어울림극장에서 있었다(평자는 3일 낮 공연을 보았다).
팸플릿을 보면(그리고 일부 신문보도를 보면), “외국 스태프들이 작품 제작을 맡았던 ‘심청’과는 달리 음악을 제외한 나머지 제작에 한국 스태프의 역량으로 만들어진 첫 작품이다”라고 했는데, 안무가가 유병헌으로 되어있다. 그런데 유병헌은 중국 지린성 출신으로 한국 사람이 아니다.
이 부분 정확히 해야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평자는 이 작품을 총 연출했다는 현재 국립무용단 단장으로 있는 배정혜나 이 작품의 안무가라는 유병헌의 창작 능력에 대해 걱정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이들 두 사람의 안무 작품을 몇 개씩 보아왔지만 거의 대부분이 객석에 그 느낌이나 뉘앙스를 전혀 전달하지 못하는 답답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막이 오르고 꽃을 든 6여인이 나타나고, 춘향과 몽룡도 들어서는데, 인물의 등장과정이나 안무구도가 너무 평면적이며 단조롭다. 좌측에서는 다듬이질과 바느질을 하고 우측에서는 8여인이 머리 감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미지들이 무용적으로 상징되거나 은유되지 못해 민속놀이처럼 보인다.
춘향과 몽룡의 만남 장면도 너무 가볍게 처리되고 있다. 그리고 치마 앞이 터져있는 춘향의 의상도 생뚱 맞는 느낌이 있다(좀 더 고귀하고 절개가 있는 모습이 나타나야 되지 않을까?). 몽룡이 춘향의 옷을 벗기는 장면도 너무 오래 동안 끌고 있다(배정혜의 입김이 들어가 있는 듯한 이 장면은 아예 없애야 한다).
이어진 춘향과 몽룡의 2인무는 선명하면서도 느낌이 좋게 이루어졌다. 다시 남녀 4쌍의 움직임이 시작되는데, 이 군무가 여기서 나타나는 근거를 좀 더 제시할 수 있어야 하겠다(그렇지 않으면 장면의 변이라도 좀 더 부드럽게 해야 한다).
눈이 내리고 ‘눈송이 월츠’ 같은 분위기도 만드는데, 안무의 투명함이나 질서정연함 같은 찾아 볼 수 없다. 다시 춘향모 등 여러 캐릭터의 사람들이 짧은 시간의 장면 동안에 나타나고 있는데, 객석에서는 그 의미를 찾기가 어렵다.
다시 팸플릿을 보면, “신작 ‘춘향’은 ‘심청’을 통해 경험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제는 우리 춤으로 세계 수준에 맞는 전막발레를 만들겠다는 도전 정신에 주목 한다”고 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우리 국가정체성(national identity)을 세계에 빛내는 이런 도전정신은 너무나도 값진 것이다.
특히 이런 작업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책임지고 이루어내고 있어야 할 국립발레단 단장 등이 예술적 식물인간처럼 되어 손을 놓고 있을 때, 민영 공연단체에서 이런 작업을 한다는 것은 무용인 모두가 고마워해야 하고, 국가의 예산도 국립발레단보다 유니버설발레단으로 지원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미 비록 외국인들의 제작이었지만 한국적 창작발레 < 심청 >은 세계에 우리 전통문화까지 알리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따라서 이번 < 춘향 > 제작도 더욱 완벽을 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쇼 케이스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철저히 인지하고 고쳐야 한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