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서울무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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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3 01:05:07
조회 : 10780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제27회 서울무용제
Homepage http://dancecriti.com.ne.kr
< 제27회 서울무용제 >
서울대학교 정종섭 교수는 동아일보 2006년 10월 11일자 A34면에 기고한 글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판은 “나라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자신의 정권 유지나 표를 얻고 인기를 유지하는 방편으로 사용하다 결국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간 것이나, 나랏일을 자기들 패거리들끼리 권력을 나누어 가지고 한판 해먹는 ‘해먹자 공화국’의 일쯤으로 여겨온 천박한 모습”이라고 했다.
현재 우리 무용계의 나쁜 의미에서 가장 ‘정치적인’ 집단인 한국무용협회라는 데는 어떠한지? 대부분의 참가팀들의 예술적 수준이 형편없이 떨어지면서, 그 시상결과등이 또 다시 대단히 불투명하고 위험스럽게 보이던 < 제27회 서울무용제 >가 지난 9월 15일부터 10월 4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및 소극장에서 있었다.
약 20여 일 동안의 공연을 계속 지켜보면서, 평자는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 이 행사의 문제점들을 현장에서 또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첫째로는, 참가팀 선정문제이다. 해마다 돌아가면서 같은 팀이 계속 ‘해먹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팀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기존 ‘해먹는’ 팀은 계속 ‘해먹고’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무용협회 회장이라고 되어있는 김복희와 조은미, 전미숙, 김말애 등등과 관련된 단체는 계속 뭔가를 ‘해먹고’ 있는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 수 만 무용인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지 않는 경우가 된다는 것이며, 언젠가는 큰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의 수준이나 선정과정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김복희가 전국의 수 만 무용인들 중 단 5백여 표를 받아 회장이 된 첫해였던 작년에, 김복희는 “과거처럼 공정성의 시비가 있는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심사위원들을 후보군으로 무작위 추첨' - 아직도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 으로 선정 한다”고 했다.
그런데 1년도 안되어서, 그 모든 것은 사라져 버리고, 아무리 보아도 무용을 평가할 자질이 되지 않는 측근 인물까지 ‘심사위원’으로 해 둔 모습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수상 결과인데, 병역 혜택이 걸린 수상결과가 예년과 마찬가지로 공정하지 않은 모습이라는 것이다.
젊은 남자무용수의 ‘생명’이 걸린 ‘병역 혜택’ 심사과정의 불투명함이나 불공정함은 우리 국가의 가장 중요한 법의 근간인 ‘헌법’을 흔드는 죄를 저지르는 것이 되며, 바로 사회와 격리되는 ‘범죄행위’가 된다.(평자는 병역 혜택 비리 부분에 대한 무용인들의 구체적인 제보를 기다린다. sjkdc@hanmail.net)
또 하나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상의 공정성 문제이다. 물론 이 부분은 심사위원들의 부도덕성과 자질 부족 문제와 연결되는 것인데, 결코 상을 받지 않아야 될 사람이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수천만 원의 상금과 영예를 가져가게 되고, 무용계 전체는 옥석구분이 되지 않는 도떼기시장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상과 연결되는 ‘병역혜택 비리’ 문제는, 국가의 기강을 흔들면서 또 다른 큰 ‘불행’을 잉태하고 잠재시키게 된다. 9월 15일 아르코 대극장에서 있었던 개막 초청공연에서는, 김매자는 < 숨 >에서 김매자 특유의, ‘느낌이 나지 않는 움직임’을 의미 없이 나열하고 있었다.
김순정은 < 페넬로페 2006 >에서 깔끔하게 움직였는데 치열한 예술성을 찾기 힘들었다. 수건을 곱게 앞으로 드리우며 객석의 따뜻하고 큰 박수를 받아내던, 정재만의 < 허튼 살풀이 >는 우리 전통의 움직임을 맑게 표현해냈다. 손관중의 < 적 IV - 허무 >는 무리하고 경직된 동작의 연속이었다. 배정혜의 < 춘설 >도 국적불명의 움직임을 의미 없이 나열하고 있었다.
9월 16일에 있었던 최데레사의 < 기억 속에 >는 의자를 소도구로 한 초반의 움직임은 느낌이 살아있었는데, 작품 후반까지 끌고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조재혁, 김미애의 < 사랑, 노을 지다 >는 섬세한 안무구도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2인무였다. 이어진 국립발레단의 < 로미오와 줄리엣 중 발코니 ‘파드되’ >는 약 20여 일 동안 4번째 계속해서 무대에서 보게 되는데,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 해도 이렇게 계속 반복하면 객석이 힘들어질 수 있다.
이윤경의 < 이중주 >도 며칠 전 성남무용제 개막식 때 본 것인데, 특별히 레퍼토리화 될만한 작품이 아닌 경우 관객들을 감동시키기가 쉽지 않다. 이어진 이원국의 < 에스메랄다 >는 객석에 새로운 감동을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이원국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평자가 자신 있게 ‘세계적인’ 무용수라는 표현을 쓸 수 있게 만들고 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던 정혜진의 < 무애 >는 또다시 우리 전통무용을 ‘파괴’하고 있었다.
9월 18일에 있었던 자유참가작 공연의 첫 번째 작품은 최재선 댄스 컴퍼니의 < The Close Gate >이었는데, 깔끔한 움직임을 이루고 있었지만 좀 더 집중되는 메시지를 만들었으면 한다. 현대적 움직임으로 뭔가 ‘경쟁’이라는 긴장이 작품에 살아있던 SIN DANCE의 < 남자 1,2,3,... 그리고 >는 부드러운 작품 진행을 가미하면 작품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질 것 같았다.
Retina 댄스프로젝트의 < UNBALANCE >도 작품의 뚜렷한 메시지가 아쉬웠다. 9월 21일에 본 경연대상 부분의 첫 번째 작품은 온앤오프 무용단의 < 이상한 기다림 >이였는데, 어둠 속에서 반항적인 움직임과 이미지를 강인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작품에 좀 더 투명한 표현을 당당하게 가미하여, 작품 주제의 좀더 구체적인 ‘실체’를 건져내는 노력도 필요하다.
9월 25일에 본 김은희 무용단의 < 환 > 공연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을 ‘도깨비 놀이’하는 것처럼 이루고 있었는데, 답답한 움직임과 작품 전개가 ‘무용’이기를 포기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이어진 현대무용단 탐의 < 엔트로피 >도 체조 같은 움직임을 이루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무대 위를 왔다 갔다 하기도 했는데, 섬세한 안무나 창의적 움직임 같은 것은 찾아 볼 수 없었다.
9월 27일에 있었던 발레 뽀에마의 < 적혼 >은 정말 깔끔한 움직임을 이루어 나갔는데, 작품 전개가 단순한 느낌이 있었다. 이어진 춤타래 무용단의 < 신기루 >도 설득력 있는 안무가 실종되어, 객석에 뭔가를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9월 30일에 본 박재홍발레단의 < 혼란 >은 잘 훈련된 남자무용수들이 신선하고 청결한 안무 포맷 속에서 깨끗한 움직임을 만들어 나갔는데, 아쉽게도 작품에 문맥(context)이 살아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백연옥 발레단의 < Blanc - 하얀 독백 >은 너무 연극적인 전개를 이루어 작품의 투명한 메시지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었다. 10월 3일 본 전미숙 무용단의 < 가지마세요 >는 작품 제목처럼 유치하고 조악한 움직임의 연속이었다. 작품에 아무런 메시지나 느낌이나 이미지를 담아내지 못하던 이 작품은 ‘안무’라는 개념조차 실종되어, 작품에 나온 ‘무용수들’까지 빛이 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유정숙무용단의 < 작약의 거울 >은 첫 번째 이미지와 작품의 마지막 이미지가 겹치는 것이 창의적이고 인상적이었는데, 작품 전개에서는 뚜렷한 메시지를 찾기가 어려웠다. 9월 20일 소극장에서 있었던 경연 안무상 부문 여자 부문은 이번 공연 중 가장 ‘예술성’이 높게 진행되었다. 허명을 건 대극장 공연보다 젊은 신인 여자무용가들의 공연이 훨씬 치열하게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첫 번째 공연인 YDA무용단의 < 속 > 공연은 이번 서울무용제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수족관 같은 투명 공간 속에서 남녀 무용수들이 몸을 구겨 넣고 놀라운 창의력을 보이던 이 작품은 객석에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느낌까지 던져주고 있었는데, 이 작품의 젊은 안무가 박진영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다.
윤푸름 무용단의 < 조용한 전쟁 >도 생각하는 움직임을 진지하게 만들어 나갔는데, 무용 표현의 전개를 또 다른 시각으로 이끌어 나간 성공한 작품이었다. 단지 뭔가 조금 단순한 느낌이 있었다. 윤승혜 무용단의 < 기다림의 기억 >은 다양한 움직임을 이루었는데, 뭔가 나열되는 느낌이 있었다. 사하르댄스시어터의 < 표 >도 때로는 괴로운, 그리고 때로는 화사하고 맑은 움직임으로 무용의 긴장감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있었다.
남자무용수들의 생명 같은 병역혜택이 걸려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경연’인, 올해 신설되었다는 경연안무상 부문 남자부문은, 뭔가 숨어서 감추고 하는 느낌으로 소극장에서 진행되고 있었는데, 9월 22일에 본 첫 번째 작품 신동현 무용단의 < 가변적 1% >는 작품 초반에는 산만한 움직임의 나열로 건질 것이 없었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조금씩 의미가 살아나고 있었다.
ECNAD PROJECT의 < 타락한 자 >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좀 더 투명한 표현이 있었으면 했다. 권용상 무용단의 < 아 - 벙어리 아 >는 움직임이나 표현이 좀 더 상징적일 필요가 있다. 무용은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고, ‘상징’하고 ‘은유’하는 표현이어야 한다.
이번 공연의 시상 결과를 보고 평자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대상’을 전미숙이 받았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런 한심스러운 작품이 어떻게 국민의 피 같은 혈세로 이루어진 5000만원의 상금을 받는 ‘대상’을 받으면서, 이 작품에 나온 김동규가 ‘연기상’을 받아 병역혜택까지 누리게 되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무용의 연기상을 김은희 무용단의 작품에서 공연한 이재준이 받은 것으로 되어있다. 도대체 이런 심사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리고 이번에 처음 ‘신설’되었다는 경연 안무상 부문이라는 것에는, ‘여자부문’에는 수상자가 없다고 해두고, ‘남자부문’에서는 신동현 무용단이 수상했다.
수상자를 내지 않을 정도로 엄격한 심사를 한다면, 여자부문보다 남자부문에서 수상자가 없었어야 한다. 그리고 남자부문 수상자로서 ‘병역혜택’을 누리게 된 신동혁은 현재 한국무용협회 회장이라는 김복희가 가르치고 있는 한양대학교 현대무용 전공의 졸업자이다. 김복희의 제자가 또 병역혜택을 누리게 된 것이다.
작년 우리나라 문화예술단체에서는 기가 막힌 사건들이 많아 관련자 여러 명이 감옥에 갔다. 연합뉴스 2005년 7월 8일자를 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 5부는 7일 국고보조금 7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한국소설가협회 전 회장 정모씨와 사무국장 이모씨를 구속기소하고 협회 전 상임이사 백모씨와 사무차장 정모(여)씨를 불구속기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0년 4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문화관광부로부터 ‘스토리 뱅크’ 사업 명목으로 지원받은 국고보조금 18억 원 중 장부에 과다계상하거나 허위 영수증을 발급하는 수법으로 약 5억 7천만 원을 횡렬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국민일보 2005년 11월 4일자를 보면 “... 공금을 빼돌려 최고급으로 꼽히는 일제 혼마 골프채와 미국제 스킨 스쿠버 장비를 구입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해오던 ‘간 큰’ 40대 여성 경리과장이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4일 중앙지검 특수 2부에 업무상 횡령혐의로 구속된 한국예술문화단체 총 연합회 경리과장 박모(여)씨의 공금유용 행각은 기가 막힌 수준이었다....”라는 내용도 있다.
문화예술단체에 이런 기막힌 ‘불행'이 계속되는 이유는 ’투명함‘이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업무 처리나 행사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그 생명이다. 신뢰받지 못하는 ‘시상’과 ‘병역혜택 부여’는 선량한 무용인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 될 뿐만 아니라, 그런 행위 당사자의 목을 스스로 죄고 있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