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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제3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

기타 / 2006-10-29 22:08:46 조회 : 10713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제3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제3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 > 약 20여 일 동안 북미와 남미를 아우르며 안데스산맥 오지여행을 마친 다음, 8월 25일 새벽 1시 뉴욕발 서울행 국적기를 타고 오랜만에 우리나라 신문들을 보니까, 우리나라 ‘문화관광부’가 ‘문화도박부’로 거론되고 있었다. 깜짝 놀라, ‘바다 이야기’와 함께 신문들을 도배하고 있는 이 사건의 검찰수사 진행과정에 대한 관련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니, ‘문화관광부’ 공무원들이 ‘도박산업’을 ‘지도’ 혹은 ‘진흥’한다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문화예술과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일에 개입한 후, 도박산업 업자들이나 브로커들과 함께 놀아났다는 것이었다. 물론 전 국토의 도박장화를 야기하기도 하면서 서민가정의 몰락이라는 큰 후유증도 함께 만들어내고 있었다. 무용예술쪽에 대해서도 문화관광부 관료들이 ‘지도’및 ‘진흥’을 한다. 국립무용단체장의 인선에 개입하기도 하고, 수십억 원의 국민의 혈세로 특정행사들의 비용을 ‘지원’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 이런 집행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 있기는 ‘바다이야기’와 같은 도박산업 업무처리 때와 마찬가지로 무슨 ‘심사위원회’나, ‘행사자문단’ 등등을 만들어 두기도 하는데, 정말 문화예술계의 현업종사자들의 피 맺힌 현안이나 어려움 같은 데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현장의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조언도 전혀 들을 자세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 이것도 ‘바다이야기’와 마찬가지다 - 국민의 혈세를 뜯어가는 사이비기획자가 심사위원, 혹은 자문위원으로 등장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지원된 행사들의 정확한 사후감사도 대부분 없다. 사실 평자는 비행기에서 처음 신문을 보고는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문화관광부의 평소 때 무용 등 문화예술과 관련된 업무처리 수준이나 방식을 거의 파악하고 있기때문에, 곧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무용등 문화예술진흥에 관한 부서의 업무형태와 똑같은 일이 벌어졌구나 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우리나라 문화관광부라는 곳에서는 무용 쪽의 4개의 행사에 국민의 혈세를 집중 지원한다. ‘국제현대무용제’, ‘세계무용제’,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세계국제무용콩쿠르’ 등 인데, 무용인들은 왜 유독 이 4개의 행사에만 일방적으로 국민의 혈세인 국고가 해마다 반복되어 지원 되는지 궁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대체 문화관광부라는 데서는 이런 행사의 결과에 대해(혹은 국공립단체장 인선의 결과에 대해), 현장 전문가들의 올바르고 객관적인 평가를 들을 자세가 되어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바다이야기’ 같이 관련 분야의 업자들이나 브로커들이나 모아놓고 ‘심사’도 하고 ‘지도’도 하고 '지원'도 하고 ‘감사’도 하면서 ‘같은 배를 타기도 한’ 이후에, 결국은 스스로 ‘출국금지’를 당하고, 수사결과에 따라 ‘감옥’에 갈 순서나 기다리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문화관광부가 지원한 < 제3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 >가 지난 8월 22일부터 29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있었다(평자는 지난 4월초에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서 있었던 국내예선과 26일부터 있었던 본선공연과 폐막공연을 보고 이 평론을 쓴다). 26일 오후 3시에 있었던 발레 주니어부에는 모두 9명이 나왔는데, 박세은이 < 그랑파 클래식 >에서 상큼한 느낌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창작모던발레 < 남겨진 흔적 >에서도 뛰어난 기량과 신체조건(특히 하체의 아름다움)을 이용해 매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월 국내 예선 때 가장 예쁘면서도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이던 정아름은 이번 파이널에서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이은원은 두 번째 작품 < 돈키호테 >에서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번 콩쿠르의 발레주니어 부문에서는 특별히 눈에 띄는 세계적이라는 무용수는 만날 수 없었다. 듀엣으로 참가한 3팀의 실력이 솔로 9명들보다 나은 것으로 보이던 발레시니어부문 파이널은 26일 오후 6시부터 있었는데, 이 부문도 세계적인 느낌을 던지는 경연자는 없었다. 4월 국내예선 때 앞으로 우리나라 발레계의 남자 주역으로 커나갈 것처럼 보였던, 박현준과 송정빈은 파이널에 오르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결선에 오른 다른 솔로 경연자들도 특별한 실력을 보이고 있지 못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시몬 츄딘과 노보시비르스크발레단의 나탈리아 에르쇼바가 이룬 < 돈키호테 >는 평소때 보다도 훨씬 빛나는 움직임을 이루던 시몬 츄딘과 깔끔한 표현이 인상적이던 에르쇼바가 거의 완벽한 2인무를 만들어나갔다. 중국 리아오닐발레단의 유안 지아오와 양 지아오가 이룬 < 해적 > 2인무도 여유 있으면서도 선명한 움직임과 자태로 객석의 큰 박수를 받았다. 발레 시니어 파이널의 실질적인 최종 경쟁자 역할을 하던 이 두 팀의 실력은 거의 비슷했는데(이 두 팀의 창작발레도 모두 뛰어났다), 중국 팀의 창작발레가 좀더 설득력 있게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8월 27일에 있었던 민족무용부문 파이널에서는 일단 공연장의 객석이 텅텅 비어있는 느낌이었다. 객석에는 사진사들(이번 행사에는 유달리 사진사들과 비디오 찍는 사람들이 많아 관람을 힘들게 할 정도였는데, 앞으로 공연도중 사진이나 비디오 촬영은 외국공연장처럼 아예 금지 시켜야한다)과 심사위원들만 있어, 마치 이들의 축제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세계대회인데, 왜 중국, 한국, 일본만 나온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고, 이 3국의 민족춤이 어떻게 서로 비교되고 경연 될 수 있는지, 아무리 이해하는 입장에서 보려고 해도 가름하기가 힘들었다. 양파나 호박을 사과나 오렌지에 비교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일본의 민족춤이라고 하면서, 돼지가 목 따는 음향을 틀어놓고 얼굴에 회백칠을 한 사람이 나와서 손만 까딱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도대체가 서로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 춤들을 정말 무리하게 ‘경연’시키고 있었다. 민족무용이라는 것은 각 민족의 정체성(identity)을 지켜오는 춤이다. 각각의 정체성을 살리는 행사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며, 굳이 어떤 이유에서 이 장르의 춤을 이 행사에 넣고 싶다면 ‘경연(competition)’보다는 ‘축제(festival)' 형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민족무용부문의 창작경연은 거의 모든 작품이 올바른 ’안무‘가 되지 않아 객석을 민망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민족무용부문의 한국 출연자들의 참여 범주가 너무 좁고 초라하게 느껴진다(인천시립무용단 단원들만 갑자기 많이 참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주니어 부문에서는 예선에서 1명만 탈락되고 모두 결선에 올라와 있는 모습이었다. 8월 28일 6시부터 있었던 현대무용 주니어 부문에서는, 미국 엘빈에일리스쿨의 조쉬 존슨이 < 내가 훔친 여름 >에서 자신의 신체를 최대한으로 이용하고 표현하는 움직임을 공간을 넓게 사용하면서 매혹적으로 이루어냈다. 중국의 젠빙왕도 창의적 안무와 뛰어난 기량을 보였고, 한국의 조혜원도 상큼한 움직임을 이루었다. 하지만 한국의 대부분의 나머지 출연자들은 움직임이나 체격은 좋은데, 안무가 되지 못한 작품을 들고 나와, 거친 동작만 설득력 없이 나열하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모두 10명이 경연한 현대무용시니어 부문에서도 미국 엔빌에일리스쿨의 나타샤 다이아몬드 워커의 < If I Should Lose You >가 가장 뛰어났다. 워커는 이 작품에서 부드러운 음악을 틀어놓고, 마치 박자를 잃은 득한 신비로운 움직임을 공간에 채워나가고 있었다, 중국의 준천도 발레처럼 우아한 동작으로 창의적 무대를 만들어나갔다. 이 부문에서도 한국의 경연자 들은 작품자체의 창의적 안무를 이루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트릭이나 조잡한 움직임을 마임처럼 나열하고 있었다. ‘안무’가 되지 않는 슬픔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참가자들의 의상도 좀더 세련되게 할 필요가 있다. 비싸게 돈을 들이라는 것이 아니다. 좀더 자연스럽게 작품에 동화되는 의상을 찾으라는 것이다. 미국 심지어는 중국 출연자들은 일상적인 의상 같은데 세련된 느낌이다. 그런데 우리 경연자 들은 거의 모두 새 의상을 입고 나온 것 같은데도 어색한 경우가 많았다. 이번 행사의 팸플릿을 보면, “참가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했는데 그 말은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출연자들의 폭도 좁아진 것 같고, 특히 예술적 수준은 눈에 띄게 떨어진 것 같았다. 그리고 관객들의 관심도 끌지 못하고 있었다. 국제적인 콩쿠르가 성공하려면 콩쿠르의 참가자 자체의 수도 많아져야하고, - 이때 물론 말 그대로 ‘국제적인’ 참가자들이 많아져야 한다 - 특히 실력 있는 경연자들이 많이 참가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콩쿠르의 ‘성격’과 ‘참가메리트’를 뚜렷이 해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콩쿠르에는 아직까지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심사 절차와 결과도 공정하며 투명해야한다. 특히 현대무용부문에서 미국의 경연자 두 명이 현저하게 뛰어난 실력을 보였는데도, 아예 아무런 상을 받지 못하게 하는 심사결과가 나왔다. 이런 결과는 납득이 가지 않고, '국제적으로도' 결코 용납받지 못한다(이런 저런 이유로 이 콩쿠르에 온 외국인들이 바보가 아니다). 그리고 그랑프리상 2개를 모두 어린 학생들에게 돌리는 결과도(나이가 어려서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식의 작위적인 수상 결과가 반복되면, 이 행사는 말 그대로 ‘우리끼리 노는 잔치’가 되는 파멸을 맞을 수도 있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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