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여름 미국 뉴욕 링컨센터의 무료야외공연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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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9 22:10:21
조회 : 10980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2006년 여름 미국 뉴욕 링컨센터의 무료야외공연축제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2006년 여름 미국 뉴욕 링컨센터의 무료야외공연축제 >
2006년 8월 초순 미국뉴욕의 날씨도 찜통더위였다. 하지만 이런 더위 속에서도 뉴욕문화의 여름은 다양했다. 길거리 농구대회, 자발적 길거리 연주, 활기찬 일상생활,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의 움직임, 등등이 거리를 넘치고 있었다. 이런 다양한 문화활동 중에서도, 뉴욕의 여름을 링컨센터 야외공연페스티벌(Lincoln Center Out of Doors Festival)만큼 상징하는 것도 없다.
올해 36회째를 맞는다는 이 무료공연축제는 올해는 평자가 마침 뉴욕에 도착한 8월 4일부터 8월 27일까지 약 100여개의 공연으로 열린다고 했는데, 모든 뉴욕시민들과 세계의 관광객들에게 무용과 음악 그리고 기타공연예술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팸플릿의 가장 큰 사진에는 미국의 무형문화재(America's national dance treasure)로 되어 있는 마사 그래함 무용단의 공연이 16일 예정되어 있기도 했다.
‘광장에서의 예술(Art on the Plaza)'라는 명칭도 가지고 있는 이 페스티벌은 뉴욕시민들의 공연예술에 대한 향유권과 접근권을 넓히는 취지를 가지고 있었고, 특히 어린이들의 고급 공연예술에 대한 참여기회 확대를 큰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토요일 오전에 방문해 본 링컨센터의 야외광장에는 수 천 개의 흰빛 간의의자가 예쁘게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뉴욕시립공연예술도서관 쪽 광장의 조그만 연못 옆에도 소공연을 위한 간의의자가 빼곡하면서도 정겹게 놓아져 있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1년의 대부분을 ‘뮤지컬’이나 공연하고 있는 우리나라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의 모습이 떠올라 소름이 끼친다(그리고 근래에는 ‘국립극장’이라는 데서도 ‘뮤지컬’을 상시 공연하고 있다).
우리나라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보다 규모가 큰, 3개의 공연장을 한곳에 가지고 있는 이곳 미국 링컨센터는 자체 무용단 혹은 오페라단 혹은 교향악단의 끊임없는 창의적 공연을 통해 세계 제일의 클래식 공연을 거의 1년 내내 공연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가와 사회의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런 여름 휴가철이 오면 뉴욕시민들과 세계의 관광객들을 위한 무료야외공연을 링컨센터 자체시설 내에서 이루어내어 새로운 예술애호가들을 창출하면서 아울러 공공 예술 공연장으로서의 공익적인 사명도 완벽히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등의 죽어있는 모습이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모든 문화예술의 가장 근간이 된다는 클래식예술보다 연예오락(entertainment)의 일종이 되는 ‘뮤지컬’위주로 공연하고 있는 클래식공연장이 존재할 필요가 있는가?
링컨센터에 있는 거대한 클래식 공연장에서는 ‘뮤지컬’을 상연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게 되지만 세계 제일의 클래식예술 공연장인 뉴욕링컨센터에서는 세계제일의 클래식 예술작품을 각 극장에 소속된 발레단, 오페라단, 교향악단에서 스스로 창출하여 무대에 올린 후 세계의 관객들에게 높은 예술성으로서 존경을 받고, 상업적 성공도 이룬다.
그리고 물론 이런 수준 높은 예술과 관객창출을 통해 세계 굴지의 기업들로부터 아낌없는 재정적 지원도 받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클래식공연예술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은 오늘도 ‘뮤지컬’ 공연 대관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런 곳에서 여름에 시민들을 위한 자체야외공연 페스티벌을, 뉴욕링컨센터처럼 이렇게 본격적으로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아무런 예술적 비전을 가지지 못한 채 모든 것이 죽어있는 듯한 한국의 공연장 현실을 생각하며 링컨센터 메트로폴리탄오페라 하우스 건물 앞 안내판을 보니, 뉴욕메트로폴리탄오페라가 8월 22일 센트럴파크에서 < 라 트라비아타 >야외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파크 콘스트’라는 부제를 단 이 야외공연행사는 다시 23일 < 리골레토 > 야외공연을 센트럴파크 그레이트 론(Great Lawn)에서 준비하고 있으며, 뉴욕 브루클린 마린파크와 뉴저지 커닝햄 파크 등에서의 야외 공원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한마디로 풍요로운 뉴욕의 여름 야외공연예술의 잔치가 벌어지며 계획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오후 해가 질 무렵부터 시작되던 야외공연을 보러 다시 링컨센터 쪽으로 갔다. 큰 건축물이 만드는 오후의 그늘 아래 많은 뉴욕시민들이 모여서 공연감상에 열중하는 모습은 부러움 그 자체였다. 저녁노을이 서서히 물들어 가는 맨하탄 서부의 광장은 클래식예술의 진한 향취로 넘쳐흐르고 있었다.
사회정치학적으로 그리고 문화예술적으로 우리나라 어느 사람 못지않게 치열하게 영국에서 유학도중 학문적으로 포스트모던적인 사회정치 현상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문화예술적 가치와 현상을 공부하려고 노력해 본 평자는, 굳이 고급예술(high art)과 대중예술(popular art)을 구분하려고 강조하지는 않는다.
사실은 두 예술 장르 모두가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대중예술을 위해 고급예술을 죽이고 있는 우리의 한심한 모습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클래식 예술을 위해 만들어진 공연장에 거기에 맞는 콘텐츠를 창출해 내지 못해 ‘뮤지컬’을 장기공연하고 있는, 거의 시체가 되어있는 우리 클래식예술 공연장의 현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피 같은 혈세로 지어졌고, 운영되고 있는 공공 예술공연장이 시민과 국민들의 예술향유권 확장을 위해 거의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는 나태하면서도 게으른 모습도 사회전체에 알리지 않을 수 없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