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헬리콘오페라단 -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
기타 /
2006-10-29 22:12:59
조회 : 10846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러시아 헬리콘오페라단 -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
Homepage http://dancecriti.com.ne.kr
< 러시아 헬리콘오페라단 -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 >
공연을 보면서 소련 예술의 ‘무서움’을 느껴 갈 수 밖에 없게 만들던 러시아 헬리콘오페라단의 <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 > 공연이 지난 9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 동안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있었다(평자는 22일 공연을 보았다).
‘2006 한ㆍ러 교류축제’의 일환으로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이루어진 이 날 공연은 완벽히 상징된 매혹적인 움직임과 이미지, 효율적이면서도 표현력 넘치던 깔끔한 무대장치, 감미롭고 애절하던 성악, 긴장감 넘치던 사실주의적(Realism) 스토리 전개, 등으로 러시아 오페라모더니즘(Opera Modernism)의 완결편을 보고 있는 듯 했다.
막이 오르고 지노비의 젊은 부인 카테리나가 “오, 주여, 나는 아주 따분해”, “나는 장사꾼의 아내”, “나는 공허해” 등의 가사로 맑은 성악을 연주하는데 충분한 표현이 된다. 시아버지가 나타나서 “너는 차가운 생선 같다”고 하며 카테리나가 바람을 피울 것을 걱정한다.
남자 군무(일꾼들)들의 거친 듯이 에너지 넘치는 움직임이 실감나게 이루어지고, 하인 세르게이가 카테리나를 안는다. 두 명의 행위가 적나라하지만 ‘외설적’이지 않고 ‘표현적’이다. 시아버지에게 발각되고 세르게이가 일꾼들의 무자비한 채찍질을 받는다.
10여명의 남자 군무들이 벽과 바닥을 채찍으로 때리며 이루는 군무는 처절하면서도 사실감이 넘친다. 시아버지는 독살되고 이제 이들은 공장 위 탑 위에서도 사랑을 나눈다. 이들은 신체의 움직임으로 작품의 의미를 표현해 가는 노래하는 무용수이다. 이때 죽은 시아버지의 환상이 떠오른다.
먼 여행에서 돌아온 남편 지노바도 살해되고, 무대 위는 계속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가 이어진다. 등받이가 과다하게 긴 특이한 의자를 소도구로 사용하며, 매혹적인 안무가 장치된 결혼식 피로연 장면이 이어진다. 완벽한 조화 속에 이루어지는 ‘비대칭’의 예술적 움직임의 힘이 무섭기만 하다.
15명의 경찰이 출동하는 움직임의 안무도, 엉성한 듯한 배열 속에서도 무섭고 섬세한 안무 패턴이 감추어져 있다. 시베리아로 끌려가는 살인범 카테리나와 세르게이의 새로운 갈등도 실감나게 표현되고 있고, 카테리나가 자신을 배신한 세르게이의 새로운 여자 소네트카와 함께 죽어가던 장면도 섬뜩하기만 하다.
서로 목을 조르면서 함께 죽어가는 두 여자의 모습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때 인간들의(특히 여자들의) 무서운 모습이 완벽히 표출되던 이 작품은, 마지막 장면까지 성악이 아니라 무용수(실제로는 성악가들)들의 움직임으로 마무리 짓고 있었다.
약 3시간 정도의 길이로 이루어지던 이번 공연은 현대화된 안무와 무대장치 등으로 깊은 감동을 객석에 던지고 있었으며, 마치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나 ‘카라마조프의 형제’등 같은 복잡한 플롯의 스토리를 가지는 러시아 소설을 읽고 있는 듯 했다.
좁은 무대 위의 가상적이며 상징적인 공간에서, 실제 상황보다 훨씬 더 긴장감 높은 스토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던 이 작품에는, 완벽한 안무를 통한 움직임과 이미지들이 풍요롭게 장치되어 있었다. 특히 세르게이를 폭력 하는 군무들의 채찍 장면이나, 결혼식에서 의자를 소도구로 이루던 안무패턴은 압권이었다.
그리고 번잡하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이며 완벽한 표현을 이루던 무대장치로 인상적이었다. 깔끔하면서도 콤팩트한 스토리 진행으로 객석을 감동의 바다 속에 빠뜨리고 있던 이 작품은 사실주의(Realism) 무용 같은 매혹적인 오페라였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