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국공립무용단체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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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1 22:43:30
조회 : 11089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2007 국공립무용단체의 문제점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2007 국공립무용단체의 문제점 >
2006년 1월 12일자 조선일보 A22면의, 조선일보 기자가 파리에 직접 가서 쓴 기사에 따르면, “파리바스티유극장 앞 매표소에는 극장 직원들이 2700여석의 티켓이 이미 동이 났다고 외치는데도, 발레 '백조의 호수'를 보기 위해 파리지앵 200여 명이 공연 2시간 전부터 장사진을 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프랑스의 발레와 오페라가 화려한 융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은 무대에 올릴 때마나 최고를 지향하며 화제작으로 만들고, 뚜렷하게 제 색깔을 낸다는 원칙을 지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이전에 평자가 직접 방문해 본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분위기도 활기차기만 했다.
이들은 수십 개의 레퍼토리로 휴가 기간을 빼고는 거의 매일 세계 최고의 클래식발레와 모던발레를 공연하면서 파리시민들의 문화적 자존심까지 지키고 있었다. 물론 평자가 방문해 본 영국 로열발레단이나 미국 뉴욕시티발레단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즉 이들은 거의 1년의 반 이상의 기간 동안, 주로 자신들 국가 고유의 레퍼토리를 포함하면서, 최고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마다 되풀이 되는 이야기인데, 우리나라 국공립무용단은 선진 외국의 국공립예술단에 비하면 거의 ‘개점휴업’ 상태라는 것이다. 이는 다시 조선일보 3월 21일자 A35면의 정중헌 논설위원의 글에서도 확인이 된다. "구미 여러 나라 국공립예술단체의 권위나 단원들의 자긍심은 대단하다. 전통 있는 국립극장이나 예술센터들은 연간 공연 스케줄이 꽉 차 있다. 그런데 우리는 예술단체는 많아도 공연은 많지 않다"라는 내용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립무용단이나 국립발레단 등은 서구의 국공립예술단체와 비교하면 공연을 거의 하지 않는 것처럼 되어있다. 어떻게 보면 공연을 하지 않는 것이 목표인 것처럼 까지 보이기도 한다. 우연히 단원들을 만나서 물어보면, 도대체 자신들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고 답답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심지어 연습도 자기들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무용수들, 혹은 세계 수준에 내세워도 전혀 손색이 없는 프로무용수들을, 모아놓고 ‘철밥통’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예술단체에서 공연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단원들의 기량 향상이나 무대에 설 기회는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많은 공연을 통해 단원들이 다양한 역할을 맡게 되고, 자연스러운 승급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물론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수준 높은 무용예술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고유의 창작 작품의 창조로서, 우리 국가 고유의 국적을 지키는 무용문화를 가꾸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면을 포기하고 있는 듯한 국공립무용단체들의 현황은 절망적이다.
사실 이 모든 문제는 결코 '단원'들의 문제가 아니고, 그 예술단체를 이끌고 있는 '단장'의 능력이나 자질문제가 된다. 한마디로 예술 확장이나 창조에 욕심이 없고 능력이 없는 잘못된 인선의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립무용단의 단체장의 인선은 문화관광부에서 한다. 형식적으로는 공모제라고 하지만, 그것을 믿는 무용인은 아무도 없다.
올바른 단체장 인선이 되었으면 우리 국공립무용단체의 예술성과 창의성이 이렇게까지 침체되어 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근래 우리나라 국공립무용단체장들은 단장은 예술창조는 안 해도 되는 직책인 것처럼 몰고 가고 있다. 예술창조 능력이나 욕심이 없는 예술단체장이 왜 필요한 것인지? 그렇다면 행정능력만 있으면 아무나 무용예술단체장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문화일보 2006년 4월 22일자 15면 기사를 보면, 국립발레단장을 한 적이 있는 최태지가, "국립발레단장을 하면서도 안무에 전념한 전임 단장들과 달리 새로운 안무가와 작품 섭외에 집중했다"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단장이 예술적 창조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무책임하고 게으른 전통(?)이 이때부터 만들어졌는지?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국립발레단장도 아무나 해도 되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의 예술에 열심히 전념하기 보다는, 문광부 관료들이나 만나러 다니는 일이 더 중요해져있다. 또한 이렇게 한번 권력(?)의 맛을 본 사람들은 다시 순수예술가로 돌아가기도 힘들다.
이는 견제 받지 않은 권력이 된 노조간부들이 한번 대의원이 되면 현장 복귀를 꺼리는 경우와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의 또 하나 더 큰 문제는, 이런 예술적 부실이나 운영부실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감사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동아일보 2007년 1월 24일자 A35면의 기사를 보면, "공기업 경영 난맥상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관례화된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된다...., 공기업 운영을 직접적으로 감독해야 될 관료는 권력의 눈치를 살피면서, 감독권 행사에 따르는 부스러기 먹이에 안주하는 경향이 체질화 된 것이 사실이다"라고 되어있다.
현재 국립발레단 국립무용단 등은 문화관광부의 산하단체로 되어있다. 문화관광부가 이 단체들의 문제점들을 잘 파악하고 감시하고 있는 모습은 감지되지 않는다. 이런 맥락 속에서 이 단체들의 ‘비밀주의’만 커가고 있는 모습이다. 예를 들면 근래 국립발레단은 멀쩡한 게시판을 바꾸고 있었다.
그리고 발레단을 건전하게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면 민감하게 반응하고 일방적으로 삭제하는 법적으로 위험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발레단의 문제점을 공익적으로 평론한 평론가를 악랄하게 명예 훼손하는 범죄글이 자신의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그 평론가가 법에 따라 삭제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하는 위법 행위를 저질러 소송을 당해 패소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예술 창조에 능력이 없고 욕심이 없는 잘못된 단체장 인선의 결과이다. 이런 난맥상 속에서 세계 최고의 능력을 갖춘 단원들의 자긍심은 왜소화해져 갈 수도 있고, 예술적 기량도 저하되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단원들은 고통 속에 있든지, 혹은 어쩔 수 없이 나태해져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립발레단 등의 국공립무용단체들은 우리나라 무용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된다. 그런데 근래 우리 국공립무용단체들의 부실한 모습 때문에, 우리 무용 발전의 엔진이 꺼져 있고, 동력이 끊어져 있는 느낌이다.
이 모든 이유가 무책임한 문광부 관료들의 비전문적이고, 무지한 인선의 결과인지, 혹은 관련단체장들의 원초적 무능력 때문인지, 혹은 두개 모두가 복합된 결과 인지하는 것은 더 생각해 본다하더라도, 하나 확실한 것은 우리나라 국립발레단 등의 국공립무용단체의 예술 창조 에너지와 활기는 거의 완전히 정지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평자는 정말 간절히 기도한다. 정말 이제는 우리나라 국공립무용단체장의 인선이 올바르게 되었으면 한다는 것을. 그리고 정말 자신의 예술을 사랑하고 창작에 욕심을 내는 무용인이 단체장을 맡아, 우리 무용이 더욱 발전하여 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예술이 되었으면 한다는 것을.(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