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성남국제무용제 <한국 작가 콜렉션>
공연 /
2007-09-24 19:51:19
조회 : 11020
‘특별한 초대’ 감상문
<객석 번지 찾기>
사람은 지난 것과 지나가는 것과 지나칠 것 등에 관한 이야기로 인해 웃거나 울거나 걷거나 그냥 있거나 그저 움직거리기도 한다. 이미 있어왔건 것들이 서로 어울리는 것에 관해 혼돈을 느끼기 때문일까. 연극으로 그 자리매김을 굳게 굳히고 있는 작품을 새로운 접근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확보한다는 일은 무척이나 생소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결국 이도 자신의 문제라, 자신의 변화에 대한 아니 주변의 변화에 대한 적응이 곧 행복감이라는 생각을 했다. 원래 연극과 무용은 구분되지 않았다는 주변의 말이 있었기에 더욱 위안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오랫동안 기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연극 <의자>(으젠느 이오네스코 작품) 가지는 ‘상징의 힘’(Symbolic power)을 다른 각도에서 <특별한 초대>로 다시 강하게 승화시키고자, 춤의 힘을 얹히는 ‘무용극’. 세상은 이러한 도전처럼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켜 내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집을 피워본다.
이미 있어왔던 것이 모두 옳겠느냐. 언제까지 옳고, 누구의 손에 의해 옳다는 오른 손만 들 것인가. 반드시 아니라고 외친 것은 헤겔 이전의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었던 것이요, 또한 누구라도 언제나 떠들고 다닐 것이라는 확신이다. 부조리란 이미 있었던 것이요, 다시 생긴 부조리는 지금 우리가 만들어내고 있는 세상이 아닐까. 이 세상 어찌 모두 내 뜻처럼 같은 것들만 있겠는가. 문제는 이렇게 다른 것을 다르지 않게, 나도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일이다. 그것도 춤으로.
오세곤 교수의 과감한 수용과 안병순 교수의 도전. 그들의 무용극 시도는 무수히 반복되는 인간의 삶의 당연한 한 모습을 다시 겉으로 들추려는 자신 삶의 잣대인 듯하다. 모든 잣대란 변해야 한다는 명제로서 말이다. 그 잣대를 보는 즐거움 또한 나의 또 다른 잣대를 생각하게 하는 당연함이다.
어떤 정의를 내린다는 나의 것을 모두 드러내 놓은 다음에 해야 할 일인 듯하다. ‘나는 이것이다’라고 겉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일는지도 모른다. 내 자신을 그곳에 펼쳐놓고 꿰어 맞추어야 하니까 말이다. 그러다가 뚝뚝 덩그러니 저홀로 나뒹구는 조각들을 어찌 감출 수 있겠느냐는 거다. 하나의 행동으로 나타날 수밖에. 춤도 그랬다. 멈추어도 멈춘 것이 아닌, 멈추지 못해 계속 움직여야 하는 춤 동작들의 의미가 결국 내가 따라 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겠느냐 하는 거다. 나도 그렇게 살고 있으리라는 추측으로 인해 이렇듯 평온한 미소가 입가를 스치고 지나는 것이었다.
<특별한 초대>(제2회 성남국제무용제 한국작가 콜렉션, 2007년 9월 8일)를 감상하며, 공연장에서 떠들고 싶지만 떠들 수 없으므로 ‘떠들고 싶은 말’을 메모한 것들이 있었다. 다음 감상문은 며칠 후, 속으로 떠들며 메모한 느낌들을 그 순서에 따라 시의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기다리기와 사라지기>
이 먼 곳과 또 저 먼 곳
섬
그곳에서 바라보는 것은 무엇일까
그저 어딘가 보고 무어라 말할 수 밖에
보다가 말하다가 또 보다가
그래도 저것은 무엇일까
힘 없이 어딘가를 쳐다본다
그 누구를 기다리는가
백년이 백 만년이 지났어도
다시 그만큼 지나도
무엇을 기다리다가 사라져야 하는 것
그럴지도 모른다
문득 자신이 혼자인 것을 문득 느낄 때
내 안의 이곳에서 바라보는
내 안의 아 저곳엔 누가 있을까
누가 있어 나처럼 보아주고 있을까
이번엔 무슨 말을 하게 될까
끝까지 들어야 하느니 기다려야 하는 것
기다리다 지치면 떨다가
스스로 제힘에 겨워 흔들리기도 하다가
어딘가를 향해 기다릴 수 밖에
어딘가를 향해 사라지기 위해
<심심풀이 전설>
하하, 심심하다고?
재미 있으니 또 말해 해달라고?
하고 또 한 것
그 같은 걸 또 가지고 놀아달라고?
그 오랜 시간 되풀이 해온 것을 또 하라고?
이번에도 매일 했듯 같은 얘기?
그래도 들어야 하고 또 해야 한다고?
아, 제발 다른 이야기 해줘
아아니, 같은 걸 해줘
당신 이야기니까
또 들어도 금방 잊어버리니까
분명 어제와는 다른 시간이니까
그래 그래, 당신을 위해
나는 매일 어제처럼 새로워져야 하니까
당신 먼저 얘기 해
결국 당신 이야기는 내 이야기니까
우리는 서로서로 이야기해 줘야 하니까
믿고 있죠?
어쩌면 우리가 바다에서 왔다는 전설
변하지 않고 우리를 유혹해 온 전설
세상은 바람이 부는 대로 흐른다는 전설
알고 있나요?
밀면 도망가다가 넘어지고
당기면 울다가 넘어지고
그렇게 일어서 가다가 서던 이야기
할 일 없을 때마다 언제나
오늘처럼 들려주어야 한다는 것을
<꿈 먹고 사는 사람들>
우리는 서로 알고 있었죠
서로 웃을 시간이 같다는 것을
서로 보아주며 웃어야 한다는 것을
꿈꿀 시간이 되었거든요
꿈 속으로 사라지는 일 얼마나 신나는데요
젊은 날
그 속으로 들어가는 즐거움이란
하하, 얼마나 더 웃어야 할지요
웃음꺼리 만드는 일이야 쉽죠
엄마
어디 있어요 엄마
나 배고파
나 꿈고파요 엄마
호호, 웃어요
귀여운 우리 대장
자장자장 웃으며 자장자장
우리 웃음꺼리인가요 엄마?
그 옛날로 가도 웃지 않겠죠?
호호 누가 웃겠니
웃으면 웃으라지 뭐 어떻겠니
먼저 웃으면 되는 걸
<꿈 속으로 들어가며>
여기가 꿈 속인가요
어디로 갈까요
어디로
저기
누가 와요
아닌가요?
아 아니군요
그래요 누군가 오기를 기다려요
상상을 하죠
우리가 그 무엇을 상상하지 않으면
어찌 살아있겠느냐구요
너 한번 (꿈 보면)
나도 한번 (나도 따라 꿈 꾸고)
또
한번 더 한번
서로 멋대로 한번 후후 상상해야죠
예를 들어
나는 무엇을 향해야 하느냐
무엇을 따라 해야 하느냐
고개 끄덕이면 있다가
또 끄덕니면 없어졌다가
내가 움직이면 보이다가
멈추면 사라지느니
나는 어디로 가야하느냐
오래 멈추면 더 숨고 싶은
나의 그곳으로 가야만 하느니
하, 지금은 이 곳에 앉아
손을 보다가
얼굴을 만지다가
떨리는 손가락 틈새로
그곳을 바라보아야 하느냐
뭐 이런 생각을 해보는 거죠
그렇게 처음부터 지금은 마지막이라며
다시 이렇게
언제까지 되풀이 해야 하겠느냐
멈출 곳이 여기라는 것을
언제 손가락 길게 뻗어
크게 웃어 사라지겠느냐
한꺼번에 멈춘 이내 몸 같은 것들
가슴 가득 안아 쓰러지겠느냐
그러면 생기느니
다른 곳
다른 곳이 보이는 것이냐
뺨 가까이 보이는 것이냐
그대들이여
하늘인가 땅인가 기다리시라
그대로 하늘이 되고
그 다음 땅이 되도록애
한 곳에 머물러 기다리시라
뭐 이런 생각도 또 해보는 거죠
<꿈 속의 희망가>
이제 곧 만남이 시작될 것이로다
서로 다른 것을 보게 되리라
어제는 어제
어제의 것은 어제의 것
하하
오늘은 오늘
오늘 이 곳은 오늘의 이 곳
오는 것을 보시라
저기 오느니
가슴 가슴 활짝 반기시라
가까이 더 가까이 껴안으시라
하하 서로 모르는 것들을 안고
이제 곧 만남이 시작될 것이로다
세상 사람들아 산다는 것은 기다림
새로운 것을 기다리며 웃어야 하는 일
기다리다가 또 기다리더라도
그대들이여 슬퍼하지 마라
그들이 다음에 온다고 해서
그제도 그랬던 것처럼
그래그래 어제처럼 슬퍼하지 마라
다른 날
다른 곳에서 올
오호, 다른 얼굴의 그들을 기다려라
이미 세월의 배는 출발한 지 오래
그대의 다른 때를 기다려
마지막 남은 돛을 내리게 될 것이리니
<꿈 속의 춤 파티>
딩동 딩동
그래 왔다 그가 왔다 손님이
우리를 말을 해줄 변사
우리의 새로운 것을 말해 줄 그가 왔다
의자를 준비하라
하이얀 마음 하이얀 몸
하, 하얀 의자를
누가 첫 의자로 가려 하느냐
네가 아니면 나로다
다투느니 자리인가
먼저 앉는 사람은 먼저 사라지는 것
너 먼저 앉겠느냐
그래 너 먼저 사라져라
나는 다음에 사라지리라
네 간 곳을 보고
가장 늦게 사라지리라
지금은 마지막이라며 사라지는
묵묵히 사라져야 함을 남겨 두리라
나보다 늦게 특별히 초대된 사람을 위해
세상의 한 귀퉁이
어차피 그대의 몫이었다며
우리네 이 빈 자리를 남겨 두리라
그대들도 언젠가는
이렇게 훌쩍 떠나야 하리라고
세상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돌아가듯 빈 곳 모두 차지하는 것
하하, 특별히 초대된 사람들만이
제 자리에서 제 모습을 확인해 보는 것
크크 이 세상은
아스라, 착각을 해야 살 수 있다는 것
크크 얼마나 미쳐야
세상을 위해 춤을 추지 않을 것이냐
여기도 머물다가
여기저기 머물다가 앉아야 하는 것이냐
<꿈 속의 황제>
저기다, 저기 오신다 우리의 황제다
모두 일어나시라 맞으시라
폐하, 만세!
우리 황제가 여기 오신다
하나의 의미가 여기에 오신다
모든 것을 끝내주실 군주가 오신다
사람들아 축하의 춤을 추어라
모두 제 자리에서 환호를 올려라
제 노래로 축하의 눈물을 내흘려라
하하, 하늘이여 거기 있으신가
아하, 땅이여 어찌 하오리까
하늘이여 누굴 원하시는가
그가 와야 하는데
우리의 그 변사가 말해줘야 하는데
모든 정답을 그가 다 가지고 있는데
그가 올 것이다
우리를 구원할 그가 올 것이다
세월이란 오고 가는 것
뒤로 오다가 앞으로 오다가
그대 원하는 만큼 지나가는 것
그대 변사여 오시라
하하, 이렇게 저렇게 오시는구나
하하하, 지금 오시는구나
이리로 저리로
다시 이리로 돌아돌아
이제야 오시는구나
오랫동안 연습하고 또 연습해왔던 것
어떤 말이 필요하겠느냐
얼마나 큰 웃음 혹은 울음
이제 그 무엇이 더 필요하겠느냐
모든 것은 정해져 있었노라
모든 새로운 것이란 모두 있었던 것
다만 얼굴과 시간만 바뀐 것
이미 오기로 되어 있었던 것
언제나 시작이란 이렇듯 있었던 것
하얀 숨결 웃음 주름에 있었다가
붉게 뜨거운 눈물 되었다가
이제 멈추오니 잘 보시라
꼭 한 번 있는 일이오니 잘 보시라
폐하도 잘 보시옵소서
특별한 그가
그 변사가 곧 옵니다
저기 오고 있습니다
저기
저기 꼭 한 번 옵니다
<한꺼번에 살기>
그대여 그대만 믿네
세상을 위해
행복을 위해
말해다오 거센 목소리로
부디 한꺼번에 말해다오
부디 한 번만 말해다오
이렇게 살아있다고
우리의 말을
누가 그의 말을 대신하는가
그래, 누구의 말도 맞는가?
누구도 대신 말할 권리가 있는 것
누구나 서로 말해주고 들어야 사는 것
하고 싶은 말이란 모두 비슷한 것
하면 할 수로 모두 같아지는 것
하하
나 먼저 말하고 싶어
특별히 나도 먼저 말하고 싶어
특별한 이 세상
한꺼번에 특별히 살고 싶어
<사라지는 연습>
사라지는 조각들을 바라본다
사라지는 시간들을 묵묵히 바라본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나면
뭐하지
뭐하고 웃지
뭐하고 울다가 말하지
어디로 사라지라고
서로 언제 어디로 가라고 말하지
우리
마지막 돌아갈 곳이 어딘지 알고 있지
바다
누구나 돌아 가야 하는 곳
꿈이란 깨어져야 하는 것 알고 있지
다시 꿈은 하나하나 모두 바다로 돌아가리라는 것
하하, 우리도 바다로 사라지리라는 것
<우리 모두는 특별한 손님이다>
벙어리가 되어버린 변사 혹은 우리들
말하고 싶었지만
이제
말할 필요가 없어진 그것 혹은 우리들
할머니가 하고 싶었던 것
변사의 몸부림인가
할아버지가 하고 싶었던 것도
변사의 몸서리인가
결국 우리 자신의 울부짖음인 것을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이제 곧 같아져야 하는
우리네 소리와 몸짓인 것을
우리처럼 바다로 되돌아 가는 것을
꿈의 변사만 남아 시간을 보네
언제 누가 올 것인가
아니 언제 바람처럼 사라질 것인가
다음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어 기다리는가
특별한 마지막 손님이란 없다는 것을
그러나 너나 나나 그나
저마다 이 세상에 특별히 초대된
우리 모두는 특별한 손님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