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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유니버설발레단 - 발레뮤지컬 심청

기타 / 2007-10-15 02:52:06 조회 : 11041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유니버설발레단 - 발레뮤지컬 심청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유니버설발레단 - 발레뮤지컬 심청 > 완벽한 클래식발레 공연을 통해 우리나라 공연예술 발전의 선도적 역할을 해 온 유니버설 발레단이 지난 8월 16일부터 26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발레뮤지컬 < 심청 > 창작 공연이라는 또 하나의 어려운 일에 새롭게 도전했다. 팸플릿을 보면, 이번 공연을 "발레와 뮤지컬의 절묘한 만남으로 탄생시킨 새로운 장르" 라고 해두었다. 하지만 사실은 미국의 안무가이며, 뮤지컬 감독인 아그네스 드 밀레는 이미 그의 창작 뮤지컬발레 '오클라호마'를 성공적으로 공연하여, 무용의 '안무'가 뮤지컬 제작의 중심에 서도록 했다. 그리고 20세기 최고의 위대한 발레안무가인 조지 발란신과 함께 뉴욕시티발레단의 상임안무가로 있었던 제롬 로빈스도 불멸의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와 '지붕위의 바이올린'등을 성공적으로 제작해내어, 시각 공연예술로서의 뮤지컬 공연에서 '무용움직임'과 '안무'가 왜 중심에 서야 하는 가를 작품으로 말했다. 이들은 그들의 작품에서 쓸데없이 과다한 설명적인(narrative) 노래가사나 마임으로 질질거리지 않는다. 완벽한 상징으로 명쾌한 스토리를 전달하는 무용움직임들을 뮤지컬 표현의 최전방에 내세운다. 이들이 제작하고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뮤지컬에는 무용의 '안무'와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작품의 뼈대를 만들고, 스토리의 중심에 서있다. 그 이전의 뮤지컬들이 성악의 가사나 마임이나, 어설픈 연기로 스토리를 이끌어 나갔다면, 이들의 현대화된 뮤지컬에는 무용수의 움직임과 안무가의 섬세한 예술 표현력이 최선봉에 서게 되는 것이다. 무용수 출신들의 천재적인 안무가들이 뮤지컬 제작의 총 감독이 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게 보이는 클래식발레 공연단체인 유니버설발레단의 끝없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있는 이런 합리적인 실험정신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번 공연에서도 유니버설발레단 단원들은 넘치는 예술적 재능을 마음껏 무대 위에서 표출시키고 있었다. 1막의 남자 군무들로 이루어진 선원들의 선상의 군무는 힘차고 장쾌했다. 그리고 2막에서 심청(황혜민)의 움직임의 연기도 느낌이 살아있었으며, 엄재용(왕)의 물고기 포즈의 춤도 설득력 있었다. 또한 용왕자 이현준의 공연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도 인상적이었다. 과감하게 현대화시킨 무대 장치도 대부분이 세련되게 보였으며, 인물의 등퇴장 과정도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점도 보였다. 첫째, 무엇보다 뮤지컬(특히 이 작품은 스스로 발레뮤지컬을 표방하고 있다)에서 '안무'의 중요성을 모르는 '연출'의 결과인 것 같은데, 과다한 마임과 설명적 연출이 곳곳에서 작품 스토리의 탄력 있는 진행을 막고 있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작품 일부에서 섬세한 안무가 실종되어 너무 가벼운 움직임을 음악에 맞추는 정도로, 무드댄스 분위기를 만들고 있기도 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너무 다양한 인물들의 설정 때문에,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뚜렷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인지 몰라도, 작품 전체의 스토리는 약해져 있는 모습이었다. 다시 팸플릿을 보면, "발레적 마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스토리를 전달하여 이해를 돕는다"라고 해 놓았다. 프로 발레단에서 뮤지컬을 만들 때, 결정적으로 유리한 점이 무엇인가? 완벽한 움직임의 연기를 할 수 있는 프로무용수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임이나 노래가사에 기대겠다는 것은 넌센스이다. 공연예술에서의 과다한 설명은 작품의 탄력 있는 진행을 방해하고, 신파가 될 수 있게 한다. 발레뮤지컬은 무용안무의 어려움과 고통을 극복할 수 없는 '연극연출가'가 만들 수(좀더 정확히 말하면, '새롭게 창조할 수')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 그리고 가능하다면 연극 연출의 재능을 가진 - '무용안무가'가 만드는 것이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지금 한국의 제롬 로빈스나 한국의 아그네스 드 밀레를 목 놓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새로운 안무와 연출, 새로운 시대에 맞는 무대 장치와 음악 등을, 기존 유니버설발레단의 엄청난 무용기량과 예술 능력과 조합시켜, 발레뮤지컬을 우리 관객들에게 완벽한 새로운 무용공연 예술 장르로 선보여 나가야 한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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