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장의 올바른 선임의 중요성과 유니버설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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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5 23:57:17
조회 : 11581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국립발레단장의 올바른 선임의 중요성과 유니버설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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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발레단장의 올바른 선임의 중요성과 유니버설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
“1992년부터 올해로 15년째 한국 발레와 깊은 인연을 맺고 계신 (고희를 맞이한 )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예술감독을 위한 헌정공연”이라고 하는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안무 유니버설발레단의 < 로미오와 줄리엣 > 공연이 지난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있었다(평자는 10월 21일 강예나/이현준 주역 공연을 보았다).
막이 오르고 베로나 광장에서 9명씩의 두 가족의 남자들이 서로 시위하듯 움직이고 있다. 이제 가족들이 모두 나와 피비린내 나는 듯한 전투를 이루기도 한다. 다시 날은 밝아지고 로미오와 친구들이 행복한 춤을 이루고 있는데, 벌써 이 ‘평화로움’이 뭔가 또 다른 큰 갈등을 무대 위에서 예고하고 있는 듯하다.
가면무도회장에서 고풍어린 의상을 입은 군무들의 무게 있는 움직임이 이루어진다. 이때 의상이 아직도 너무 사실적이어서, 연극이나 드라마에 맞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무용의상은 사실에 근거를 두되, 무용을 할 수 있게, 그리고 특히 객석의 관객들이 무용수의 움직임의 연기를 볼 수 있게, 상징화 된 것이어야 할 것이다.
서로 처음 만난 로미오와 줄리엣이 첫눈에 깊은 사랑에 빠져든다. 이어진 2인무는 아직 더 섬세한 사랑의 느낌이 가미되었으면 한다. 두 사람만의 결혼식이 이어지고, 서로의 가족들이 살해되기도 하는 큰 불행과 갈등이 야기된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사람과의 결혼 강요에 반발하는 줄리엣. 그리고 분노하는 부모들. 격렬한 표현의 움직임들이 세련되게 정제되어 예술적 긴장감은 높기만 하다. 죽음을 가장한 줄리엣이 깨어날 때 즈음, 줄리엣이 정말 죽었는지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가는 로미오의 모습에 뻔히 알고 보는 스토리인데도 쭈삣쭈삣한 전율이 온다.
화해한 두 가족이 진혼의 움직임을 가만가만히 이룬다. 이제 모든 것이 명징해지고, 객석의 관객들의 크고 따뜻한 박수가 이어진다. 주지하다시피 유니버설발레단은 그동안 우리나라 전체 ‘공연예술(performing arts)'의 발전을 이끌어 나온 정통 클래식예술 공연단체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유니버설발레단만큼 새로움을 추구해 나가는 공연단체를 만나기도 힘들다. 그동안 끊임없이 ‘심청’, ‘춘향’ 등의 창작발레를 만들어 나왔고, 근래에는 뮤지컬 발레 ‘심청’을 따로 창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클래식발레 대작을 스스로 창조하여 자신 무용단 고유의 레퍼토리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가장 최근의 근래에는 유니버설발레단II까지 새롭게 창단하여 우리나라 모던 발레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스스로 자임하고 있기도 하다. 가장 보수적인 공연단체처럼 보이면서도, 가장 새롭게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켜나가는, 생명력이 넘치는 공연단체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예술적, 재정적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반대로, 엄청난 예술적 노하우와 새로운 기량을 축적해 나왔을 것이며, 많은 순수 예술애호가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게 되었을 것이다. 특히 이를 통해 스스로 ‘강한’ 무용단이 되어 오면서, 우리 국가무용문화의 깊이와 폭의 외연을 한없이 넓히고 확장시켜 온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이 모든 것은 국가적인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따라서 국가기관의 끊임없는 재정적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이 모든 작업은 우리나라 ‘국립발레단’이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국립발레단의 예술창조의 동력과 맥박은 거의 완전히 멎어있다.
현재 국립발레단은 ‘창작’을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는 클래식발레 공연도, 거의 대부분의 공연 때마다 외국 안무가들에게 국민의 피 같은 혈세를 지불하며 안무를 맡기고 있다. 물론 그런 작품의 소유권은 계속 외국 무용단체의 것이 되고, 단지 피 같은 개런티만 공연 때마다 지불하고 있는 것이 된다(이런 식으로 하면, 앞의 유니버설발레단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 ‘국립발레단’ 고유의 레퍼토리로는 전혀 축적 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장의 자질과 능력 문제이다. 이는 국립발레단 초대 단장이었던 임성남 선생님이 재임기간동안 수십 개의 창작발레를 만들어 왔다는 것에서 확인된다.
그런데 현재 단장은 지난 3년 임기동안 하나의 창작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앞에서 보았듯이, 기존 클래식발레 작품도 거의 모든 공연 때마다 외국의 안무가들을 비싼 혈세를 지불하며 불러다가 연습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는 발레계 일각에서는 국립발레단 자체 연습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국립발레단 단장이 하는 일이 부패 관료들이나 사이비 언론들과 지저분한 인맥이나 쌓는 것이 아니다. 이런 짓은 신정아나 변양균이 저질러 이미 감옥에 갔다. 그리고 국립발레단 단장이 해야 하는 일이, 공익을 위해 객관적인 평론활동을 하는 무용평론가를 악의에 의해 명예 훼손하는 글이 자신의 게시판에 게재된 것을 알고도, 그리고 당사자의 삭제요청을 받고도, 법을 어겨 가면서 방치하여, 법정에서 패소나 당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예술단체장이 해야 될 가장 근본적이며 중요한 일은 그 예술단체의 예술성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다. 이제 임기가 만료된 국립발레단장의 새로운 선임기간이 되었고, 전국 수십만 무용인들이 그 결과를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립발레단장의 선임기관은 문화관광부라고 알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정말 이번에는 예술성 위주의 올바른 국립발레단장을 선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문화예술 발전과 무용예술 발전의 발목을 잡고 늘어진 큰 죄인으로 우리 문화예술사에 영원히 기록되어 남을 것이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