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아트센터와 서울발레시어터가 함께하는 <호두까기인형>
공연 /
2007-12-26 03: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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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문외한이지만 발레가 좋아 일년에 몇번 정도는 꼭 발레공연을 찾아 보는 사람입니다.
이번에 성남아트에 올려진 호두까기를 본 소감을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전 24일 밤 공연을 봤습니다.
지난 여름인가 국립극장에서 백설공주를 본 기억으로는 단원수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는데, 이번에 객원과 아역들을 적절히 활용하여 규모있는 공연을 성공리에 해주신 것 같습니다.
주역과 솔리스트들의 무용이 잘 되었고 무엇보다 연출력이 돋보인 공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 군무와 아역들의 춤은 조금 더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였지만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고 봅니다.
서곡과 함께 1막이 오르면서 실루엣으로 처리된 눈내리는 마을 풍경은 동화같은 작품 세계의 분위기로 급속히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어진 크리스마스이브 파티장의 무대장치 역시 손색이 없었으나 군무의 몸짓이 조금 더 크고 우아했으면 좋았겠다는 바램을 가졌습니다.
심야의 종이 울리고 쥐들의 춤은 유머러스하면서도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기대했던 눈꽃송이 군무는 기하학적인 예술 구도를 감상할 수 있어 즐거웠으나 군무 인원을 늘려 무대 공간을 충분히 활용했다면 보기에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장면에서 성남소년소녀합창단은 제 몫을 훌륭히 해내어 명장면을 만들어 냈다고 보입니다.
2막의 각나라 춤에서 한국풍물춤을 삽입한 것은 무척 의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원전과 차별화되면서도 발전적인 의미의 재안무가 드문 타공연들을 생각할 때, 이러한 것들은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시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꽃들의 왈츠 군무는 1막의 군무에서 느꼈던 것처럼 좀더 엄밀한 정렬성과 현재보다는 다양한 기하학적 구도, 그리고 군무자가 추가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실루엣으로 처리된, 클라라가 꿈에서 깨어나는 피날레는 동화와 같은 환상적인 무대와 조명이 연출되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명장면이 될거 같습니다.
이전에 다른 유수한 발레단들의 호두까기를 본 저로서는 서울발레극단의 호두까기 공연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막이 오르면서부터는 줄곧 내내 훌륭한 무용과 연출에 감탄하면서 빠져들었습니다.
주역과 솔리스트들은 시종 우아함과 예술적인 뉘앙스를 잃지 않았으며 제임스전은 동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는 나레이터이자 지휘자의 역할을 예술혼이 깃든 몸짓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백설공주에서 처음 서울발레극단을 만나고 이번에 호두까기를 본 제 느낌입니다만, 동화적인 세계를 유머와 여유란 요소를 곁들여 알기 쉽게 해석하여 전달하면서도 그런 요소가 감상을 방해할 정도로 지나치지 않으면서 예술적 깊이를 분명히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신다는겁니다.
민간발레단으로서 있으리라 짐작되는 많은 어려움들을 극복하면서 좋은 공연을 보여주신 서울발레극단의 땀어린 노고에 감사드리며 해마다 호두까기를 찾아가 진화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아울러 좋은 공연을 선물해주신 성남시립교향악단과 성남아트센터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즐거운 성탄과 새해 맞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