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신년음악회
공연 /
2008-01-13 22:13:16
조회 : 12237
신년음악회의 기원은 언제부터였을까?
정확한 기원은 모르겠지만 비엔나 심포니의 신년음악회는 그 역사가 꽤 오래 된 듯하다. 아무튼 새해 들어 우리나라의 각 연주공간에서도 신년음악회가 한창이다. 성남아트센터도 예외는 아니어서 1월 11일 신년음악회를 열었다. 신년음악회라 해서 프로그램이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신년음악회하면 왠지 가슴이 설레고 기다려진다.
1월 11일은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음악당을 오르는 길이 많이 미끄러웠다. 함께 가기로 했던 후배가 참석하지 못하겠다고 전화를 했는데 교통사정이 좋지 않아 많은 사람이 오지 않을 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로비에 들어서니 걱정과는 달리 많은 사람이 붐빈다. 공연기획부의 김용운 부장이 반갑게 손님들을 맞는다. 동료였던 토마토저축은행의 신현규 사장과 먼저 인사를 나누었다. 그 역시 집사람은 못 오고 혼자 왔다 한다. 그리고 로비에 우리 자원봉사자들의 모습과 함께 이종덕 사장, 분당방송의 정용석 사장, 우리 센터에 1억원의 후원금을 기부한 (주)유엔젤의 최충렬 사장 등이 눈에 띈다. 그 밖의 여러 분들과도 인사를 나눈 후 콘서트홀에 들어서니 무대 뒤의 합창 석까지 거의 꽉 찼다. 역시 신년음악회의 인기가 높은 모양이다.
1부 순서의 첫 곡은 성남시향이 연주한 로시니의 오페라 ‘도둑까치’ 서곡이다. 여느 서곡과 마찬가지로 경쾌하고 신나는 곡이다. 성남시향의 소리가 많이 좋아졌음을 느낀다. 성남아트센터라는 훌륭한 공간이 마련된 것도 영향이 있을 테고 연주자 교체를 통하여 좋은 연주자도 많이 영입한 결과라 생각된다. 특히 지휘자 김 봉 교수의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두 번째 순서는 서울음대 교수로 재직 중인 소프라노 박미혜의 순서이다. 노래도 좋았지만 무대 매너와 화려한 의상이 돋보였다. 그런데 어깨에 끈이 없는 드레스는 보기는 좋은데 내려가면 어떻게 하나 하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게 된다.
뒤를 이어 약관의 나이에 홍콩 필하모니의 최연소 악장으로 발탁되어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바이올리니스트 데니스 김이 무대에 섰다. 성남시향과 함께 비발디의 사계 가을과 겨울을 연이어 연주했다. 젊은이답게 힘이 좋았다. 세기까지 겸비하여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기를 기원한다.
15분간의 인터미션후에 계속된 연주회 2부 첫 순서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박쥐서곡이 장식했다. 역시 신나는 곡이다. 오페레타 박쥐는 1874년 빈에서 초연된 이래 연말연시 오스트리아, 체코 등 중부유럽에서 늘 한해를 마무리하고 시작하는 작품이다. 두 번째 순서는 테너 하만택의 차례이다. 그는 경희대 음대를 졸업하고 이태리 푸치니 음악원과 독일 쾰른 음대를 졸업했다. 그의 팬이 많은 듯 노래가 끝날 때마다 큰 박수와 함께 환호성이 뒤를 이었다.
세 번째 순서는 소프라노 박미혜와 테너 하만택의 이중창이다.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에서 투아잇과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중에서 축배의 노래를 열창하는데 노래도 좋지만 연기도 자연스러운 것이 평소 호흡을 잘 맞추곤 했나 보다. 마지막으로 다시 성남시향의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 두곡이 연주되었다. 끝나자마자 관중들의 부라보와 앵콜이 쏟아진다. 기분이 좋아진 김 봉 지휘자가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답을 한다.
프로그램들이 다 귀에 익은 곡들이고 연습도 많이 했는지 듣기가 좋았다. 다만 단원들의 표정이 좀 밝았으면 좋겠는데 긴장해서 그런지 아니면 리허설 때문에 그런지 무척 피곤해 보이는 것이 좀 아쉬웠던 점이다. 모두 즐거운 기분으로 언덕길을 내려오는데 눈이 다시 내린다. 교통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서설처럼 느껴진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은 법인가? 아무튼 기분 좋은 하루였다. 행사를 기획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백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