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국제청소년관현악페스티벌-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연합콘서트
공연 /
2008-06-03 19: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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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성남의 진보적이며 신개념 고품격 매너를 가지신 고매하고 존대하신 청중분들 덕분에 더없는 가르침을 받았다. 페스티벌 주최 측의 아이디어인지 어디서 짜낸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연 전에 쓰촨성 대지진 희생자 추모를 위해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제 3번 에어(아리아)를 연주한다는 전단지와 공연장 내 스크린 메시지가 계속 전달되고 반복되었다. 그리고 악단원과 지휘자 입장, 연주가 끝난 뒤의 박수를 삼가해줄 것을 알리는 메시지도 삽입되어 있었다.
하지만 역시 성남의 청중들은 달랐다. 그들은 '음악인들에 대한 예우와 음악에 대한 반응을 자연스럽게 보여야지 이렇게 통제해서 쓰는가' 라는 쓴소리를 박수를 통해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언제까지 성남아트센터와 페스티벌 관계자들은 이러한 수구적이고 현실도피적인 자세를 보여줄 것인가?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아마 그 때 박수를 열렬히 쳐준 청중들은 또한 이렇게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전대미문의 대참사를 접하고도 이런 싸구려 동정 따위를 할 거면, 차라리 로비에 모금함 마련해서 성금을 걷어라." 라고. 어쨌든 이런 해프닝이야 그렇다 쳐도, 연주 자체에도 상당한 결점이 많이 보이는 것이 문제였다.
각 악단이 자신들의 연주회에 정신력과 체력을 쏟아 왔고, 극히 짧은 시간 내에 단원들을 골라낸 뒤 새로운 레퍼토리들을 연습해야 하는 문제가 늘 따라다니는 것이 이러한 연합 콘서트다. 더군다나 아직 빠른 시간 내에 새 레퍼토리를 파악하고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이 일천한 청소년 단원들에게 그러한 미션을 주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 듣게 된 결과물은 '연합' 의 의미만을 강조했을 뿐, 싱겁고 실망스러운 연주였다. 그래서 성남의 '개념인' 청중들은 브람스 교향곡 4번의 연주에서 악장간 박수를 통해 이런 돌발성 기획과 연주의 부실함에 항의했으리라.
그리고 브람스 연주에서 첼로는 불과 여섯 명밖에 쓰지 않은데 비해, 콘트라베이스는 여덟 명이나 연주시켜 음향 불균형을 초래한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휘자의 의도였는지, 아니면 단원을 뽑은 사람들의 의도였는지 몰라도, 이것도 실책으로 지적할 만한 문제점이었다.
그나마 인상적으로 들었던 것은 쿠세비츠키의 콘트라베이스 협주곡이었고, 그나마 성민제의 독주에 한해서였다. 악기가 충분한 음량을 가지지 못하는 '작은 크기' 를 지니고 있지만, 그 크기가 사람에게는 버겁다는 모순점을 안고 있는 콘트라베이스를 아주 수월하게 연주해 냈다. 심지어 1층 객석의 몇몇 청중들-시샘하는 전공자인지 안티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음-이 플래시를 터뜨려 가며 독주자의 주의를 뺏아 '시험에 들게 하려는' 고난도 공작을 폈음에도 아랑곳 않고 연주를 마친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물론 '그래도 열심히 하지 않았느냐', '연합의 의미는 지켜지지 않았냐' 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음악가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닌 노동부 소관인가? 결과가 어찌 되던 합당이나 하고 보자는 정치꾼들과 다를 바 있을까? 열심히 했건 아니건, 연합을 제대로 했건 안했건 연주의 질이 좋지 않았다면 그에 대한 응당한 비판이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일반인에게 3만원이라는 돈을 지불시킨 공연이라면야, 자본주의 사회의 논리로 보았을 때도 좋은 소리를 듣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안이한 주최 측과 센터 측의 태도를 논박했던 개념인 청중들-아마 이들은 초대권 서비스를 받았을 듯-의 항의성 박수에 다시 한 번 찬탄을 아끼지 않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