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임위원들의 면면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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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1 01:45:55
조회 : 12272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제2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임위원들의 면면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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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임위원들의 면면을 보고 >
제2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들이 새로 선임되었다. 중앙일보 2008년 9월 19일자를 보면, “문화체육부는 공개모집과 서류심사, 추천위원회 추천 절차를 거쳐 신임위원 10명을 18일 발표했다. 이번 예술위 위원 선정은 단순히 한 해 100억원의 예상을 집행하는, 예술위 핵심 인물들을 바꾼다는 의미를 넘어 이명박정부 출범이후 문화권력 이동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우선, 아직도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라고하는 이 ‘단체’(?)의 이름이다. 위원회를 좋아하는 정권에 비위를 맞추는 듯한 요상한 개명 작업 끝에 탄생한 이 ‘위원회’는, 순수예술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아무래도 우리나라 북쪽에 있는 곳의 ‘인민위원회’등의 이름을 불쾌하게 연상시킨다. 그리고 또 하나 대단히 거북스러운 것은 위원들은 모두 교체되었는데, 위원장은 그대로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언론 등의 의견은 많다.
동아일보 2008년 9월 3일자를 보면, “위원들 대부분이 전 정권의 문화이념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로 바뀔 텐데 ‘코드 위원장’만 덩그러니 남아 문화예술계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걱정이다.”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예상 밖의 특이한 의견도 보였다. 그동안 노무현정권의 인사에 주로 철퇴(?)를 가하는 입장에 있던 조선일보가 지난 8월 23일자에서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의 유임을 두둔하는 듯한 기사를 보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출범 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절반의 성공’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위원장이 현 정부의 문화정책에 사실상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예술위 관계자는 ‘유장관이 제시한 문화예술창작 지원 방식의 4원칙(선택과 집중, 사후지원, 간접지원, 생활 속의 예술)을 김위원장이 다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라는 식의 기사를 쓰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조선일보 10월 8일자 국회의 국정감사에 관한 기사를 보면, 한나라당 국회위원들이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장(전 문화연대 공동대표),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전 민예총 이사장),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한국작가회의 자문위원) 등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 ‘코드 인사’로 꼽히는 이들의 퇴진을 주장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 국정감사에서 주호영 의원은 “마치 일제시대 조선총독부 관리로 근무했던 사람들이 해방 후 다시 공무원이 된 것 같다”고 말했고, 이경재 의원은 “뻐꾸기가 자기 알을 종달새 둥지에 넣어 키운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이들을 몰아붙였다라고 하고 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전 정권의 ‘코드인사’가 그대로 현직에 있다는 것도 이상하고, 10명의 위원들 모두가 교체되었는데도 위원장이 그대로 있다는 것도 이상하다는 것이다. 이는 아무래도 아무 권한이 없는(더 큰 문제는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식물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이글의 원 취지로 돌아와, 이번에 새로 선임되었다는 위원들의 면면을 보도록 하자. 다시 중앙일보 9월 19일자를 보면, 문화예술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각 장르를 대표할 만한 중량급 있는 인물들도 적으며, 위원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성도 없는, ‘철학 부재’를 그대로 노출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라고 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공연 현장에서 누구 못지않게 피 말리는 심정으로 ‘현장’을 바라보고 있는 평자는 지난 1기 위원이라는 사람들의 지난 3년간의 행실과 수준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선정된 위원들은 대체적으로 아직은 잘 모른다. 하지만 무용 쪽을 대표한다는 위원의 평소 ‘성향’이나 그 주위의 무성한 ‘말’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앞으로의 그의 행적에 대해서도 ‘공익을 위해 예술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철저하게 추적하고, 사회에 알려야 되는 일이 있으면 정확하게 밝혀나갈 것이다.
그런데 정작 여기서 특이하게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전직 문화관광부 고위관료가 위원으로 선임이 되어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일부 언론에서도 지적한 것이 된다. 예를 들면, 중앙일보 9월 19일자에 게재된 “2기 위원 중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이다. 그는 2년 전 아리랑 TV 부사장 자리와 관련된 청와대의 인사 청탁을 거부했다가 경질된 바 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들은, ‘배 째달라는 말씀이죠’라는 협박성 발언을 공개해 큰 정치적 파장도 일으켰다. 2년 만에 복귀한 유 전차관은 ‘문화행정경험을 최대한 살리겠다’고 말했다”라는 기사가 된다.
그런데 솔직히 우리나라 문광부 관료들이 말하는 ‘문화행정’혹은 ‘문화행정경험’이라는 것이 전혀 미덥지 않다. 도대체 이들이 말하는 ‘문화행정’은 무엇이고, ‘문화행정경험’은 무엇인가? 한 해 수입 - 한 달 수입이 아니다 - 이 1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전국의 수많은 순수 예술가들 혹은 예술에 관한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는 행정 혹은 경험인가? 혹은 그렇지 않으면, 그 무섭도록 추악한 ’바다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갑‘의 입장에 선 문화 관료들의 경험을 이야기 하는 것인가?
그동안 국민의 피 같은 혈세를 쓰면서 ‘문화행정’을 해오던 문화관광부 관료들은 현장의 순수한 문화예술인들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주로 문화예술계의 사이비 ‘꾼’들이나 브로커들만 상대하는 행정을 해왔다. ‘바다 이야기’ 때 국민을 생각하는 정책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도박업자들과만 상대하고 몰려다니면서, 도박업자들을 위한 ‘문화정책’(?)을 세워 나가다가, 그 중 일부는 감옥에 간 경우와 유사한 ‘행정’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에 거슬리는 것은 이번 인선에 대한 언론들의 ‘한가하기만 한’ 분석들이다. 첫째가 조선일보 2008년 9월 24일자 ’2기 문화위원들에게‘라는 제목의 기사다. 이 기사는 신임위원들에게 “무엇보다 먼저 문화가 곧 돈이 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해 달라”고 하고 있다.
물론 그 넓은 취지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 문화예술위원회의 가장 시급하고 큰 문제는 한해 1000억원이 넘는 국민들의 혈세를 어떻게 공정하게 분배하여, 우리 문화예술을 발전시켜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문화’, ‘예술’, ‘정책’ 등으로 포장해 놓고 실제로는 돈 놓고 돈 먹기 판의 아수라장이 되어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부조리와 무능력과 무책임과 부패를 발본색원해야 할 급선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근래 김지하 시인이 “일부 단체의 독직 사건을 염두에 둔 듯, ‘못 속인다. 이제 다 드러난다. 심지어 그들 가운데 어떤 놈은 공적인 문화예산 가운데서 상당 액수를 제 개인 빚 갚는다며 인 마이 포켓 하는 놈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는 조선일보 2008년 10월 10일자 기사에서도 확인된다.
그리고 지난 10월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성윤환(한나라당)의원이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문화예술위원회 1기 위원의 경우, 위원과 소위원이 관련된 단체에 총 150건, 46억원이 지원되게 했다. 주인 없는 돈을 먼저 본 사람이 주워가는 격”이라고 성토했다고 한다(중앙일보 2008년 10월 7일자). 이런 직접적인 범죄에 가까운 일들이 횡행하는 사안들을 정확하게 정리하지 않고, 뜬 구름 잡는듯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너무 한가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피 같은 혈세를 한해 1000억 원 이상 집행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썩어 문드러진 시궁창 냄새로 진동하고 있다. 전국 수십만 명의 순수 예술가들은 체념 상태로 발을 끊은 지 오래고, 무능력 무책임 관료, 사이비기획자, 사이비평론가, 사이비예술가들 몇 십 명만 모여서 그들만의 잔치에 날 밤 새는 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순수예술가의 입장에서 일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제 한 해 1000억 원 이상이 되는 국민의 혈세를 맛있고 게걸스럽게 빨아먹기 위해 모인 모기떼들이 그들만의 잔칫상에 국민의 혈세를 난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가 위원회 직원들의 무소신, 무사명감, 무책임도 극에 달해있다. 이들은 이제 ‘노조’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위원회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냥 ‘위원’ 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그리고 지원금 ‘심사’도 문제가 되면, 그들이 임명하는 ‘심사위원’들의 책임으로 넘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노조라는 것은 위원장 인선에 대해서도 비판하기도 한다. 즉 지난해(2007년) 9월 중도하차한 김병익 위원장의 뒤를 이어 김정헌씨가 위원장으로 임명되었을 때 노조가, “(이 인사가) 코드 인사에 따른 사전 내정 의혹이 짙다고 하며, 1기 위원회의 파행을 책임질 사람이 위원장이 되었다고 비판했다”고 한다(동아일보 2008년 9월 3일자).
하지만 현재 썩어 문드러진 시궁창이 되어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모든 문제점의 근본적인 책임은 현재 100명 이상의 인원으로 늘어나 있는 위원회 직원들이 져야 하는 것이다. 앞에서 이미 보았지만 이들은 문제점이 생기면, ‘위원장’, ‘위원’ 혹은 그들이 입맛대로 고르는 ‘사이비 심사위원’들의 책임으로 돌린다.
이런 형태가 30여년 정도 계속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이제 죽은 조직이 되어있다. 그냥 한 해 천억 원의 국민의 혈세를 사이비 꾼들에게 흡혈시키거나, 자신들의 ‘유지비’로 탕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연의 현장을 거의 날마다 지키고 있는 평자가 공연의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문화예술위원회에서 몇 천만 원씩 혹은 몇 억 원씩 지원받는 공연치고 내용이 좋은 공연을 볼 수가 없다. 그리고 평자가 볼 때는, 그 예술적 능력 때문에 결코 지원을 받지 않아야 할 작품이나 작가가 해마다 반복해서 지원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꾼’들만 상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문화예술위원회의 주변에는 순수예술인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닥치는 대로 폭식하고 있는 바퀴벌레 사이비꾼들만 득실거린다. 이러니까 예술의 창의력이 살아날 수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위원회가 한줌 흙도 안 되는 사이비 기획자나 사이비 예술가들과 입 냄새 나는 타협과 협잡을 통한 수 십 억 짜리 ‘그들만의 잔칫상’을 벌이고 있을 때, 전국의 수십만 가난한 순수 예술가들은 평생 한 푼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가슴에 피멍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면에서 이번 제 2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신임위원들의 면면을 보니, 뭔가 또 싹이 노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들이 앞으로 하는 일이 또 전임 1기 위원들과 같이 위원회 직원들의 허수아비 총알받이 역할이나 하면서, 자신의 부나 축재하는 짓을 하면 그 결과는 참혹해질 것이다.
그렇지 않고 물러날 때 정말 문화예술계 전체의 칭찬을 받으려면,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왜 순수 문화예술인의 증오 어린 외면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그 내면적으로는 어떤 고질적 문제가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무능과 무책임과 안일에 휩싸여 있는 위원회 임직원들의 업무행위를 감시하고 쇄신시켜야 한다.
벌써 문화예술계에는 일부 위원들이 자신들이 이번 위원으로 선출되었으니 자신들 쪽에 줄을 서야 돈을 많이 받게 된다는 등의 말을 퍼뜨리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그것이 말 그대로 소문으로 끝났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문화예술계를 망치게 하면서, 자신의 모든 사회적 생명도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