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국립발레단 - 홍등
공연 /
2008-12-11 01:46:55
조회 : 12401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중국국립발레단 - 홍등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중국국립발레단 - 홍등 >
올해 최고의 무용 공연을 지난 10월 18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보았다. 깨끗하고 정교한 안무를 통해 완벽히 상징된 이미지와 움직임을 만들어,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전개시키던 중국국립발레단의 < 홍등 >은 무용에서 ‘안무’가 얼마나 큰 감동을 객석에 던질 수 있는지 완벽히 보여주고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무대 예술로서 무용이 발전된 도시가 있는 나라는 경제가 발전되고 사회가 민주적인 선진 국가이다. 미국의 뉴욕, 프랑스의 파리, 영국의 런던이 된다. 바로 이런 면에서 볼 때, 그리고 이 < 홍등 >이라는 작품을 볼 때는, 중국도 선진국이 된다.
그리고 그만큼 우리나라는 아직 후진국이 되는 것이다. 수 십 개의 붉은 등이 허공에 뜨고, 푸른 의상의 18명이 여인들이 깔끔한 군무를 이룬다. 긴 치마를 입은 여인이 아름답지만 담백한 독무를 이룬다.
20여명의 남자군무들의 움직임도 활기차며 입체적이다. 남자와 여자의 그림자 춤이 이루어지고 거대한 붉은 천이 두 사람을 덮는다. 시간이 지나고 붉은 천 밖으로 여인이 목만 내밀어 객석을 말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은, 충분히 상징되어 인상적이다.
젊은 옛 연인들이 재회하는 장면에서의 조명도 대단히 수준이 높다. 주인을 속이는 젊은 연인들의 불륜의 2인무도 긴장감 넘치게 이루어진다. 모든 움직임과 이미지가 섬세하고 간결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긴장감을 이루게 한다.
계속해서 두 연인의 사랑의 움직임이 이어진다. 결코 신파조로 끈적거리지는 않지만, 수정처럼 맑은 사랑의 열정을 느끼게 한다. 이를 둘째 부인이 목격하게 되고 두 젊은 연인은 20여명의 남자 군무들에 의해 하늘 높이 결박되어 올려진다.
검정 의상의 남자 군무가 힘차고 매혹적으로 이루어진다. 동양의 남자 군무도 이렇게 창의적이며 세련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말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고 죽음을 앞둔 남여 2인무가 객석의 관객들의 가슴을 떨리게 만들고 있다.
세계 최고의 창작 예술품을 지향하고 있는 듯한 이번 중국국립발레단의 공연을 보고, 평자는 우리나라 국립발레단이라는 곳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하는 한탄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창작’이라는 것의 욕심이나, 기본적 ‘개념’ 같은 것이라도 있는가 하는 분노에 빠져 들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중국국립발레단의 공연의도를 보면, ‘중국 경극과 발레의 접목’, 혹은 ‘중국의 발레창조’등의 문구들이 보인다. 중국의 전통 경극과 서구의 클래식발레 움직임이 세련되게 화학적 결합을 성공적으로 이루던 이 공연을 보고,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한탄스러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의 여러 장르의 예술들이 함께 이루는 합리적인 예술협력(artistic collaboration)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연출’이라는 것이 개입하고 있었지만, 철저하게 무용 움직임을 최전방에 두는 ‘협력’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 공연의 연출로 참여한 중국의 영화감독 겸 연출가 장이모우의 “무대 위의 모든 요소들이 무용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인터뷰 내용에서 확인된다. 이는 그만큼 장이모우 라는 위대한 예술가가, 자신의 예술은 아니지만, 무용 예술의 위대한 미학적, 예술적 특성을 알고 예술협력에 나섰다는 것이 된다.
세 번째는, 정말 놀라운 사실인데, 중국국립발레단은 자체의 전속 오케스트라가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무용과 음악의 관계를 보면, 뭐라고 할 말이 없어지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들의 이날 연주는 작품을 무용적으로 완전히 알고, 맑고 표현력 넘치는 세계적인 연주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로는, 이 공연의 성공에는 창의력 높은 ‘안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간결하지만 모든 것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면서, 중국의 전통을 현대적 발레 표현으로 성공적으로 이루어내던 이 작품의 성공은 위대한 안무의 힘이었다는 것이다.
공연 후 팸플릿에서 이 작품의 안무가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2명의 안무가가 있었는데, 독일에 귀화한 중국인인 왕신펑은 베이징댄스아카데미에서 안무학을 전공 후 현재 독일 도르트문트 국립발레단 단장을 맡고 있다.
그리고 여자 안무가였던 왕유엔유엔 역시 베이징 댄스 아카데미에서 안무학을 전공 후,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석사를 마치고 뉴욕시티발레단의 객원안무가 겸 중국국립발레단의 안무가로 활약하고 있다.
비록 중국 무용인들이, 중국 전통의 무대 분위기 속에서 이루고 있던 클래식발레에 틀을 둔 움직임이었지만, 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는 감동을 만들어내고 있던 이 공연을 보고, 평자는 중국 무용의 창의력이 얼마나 높은 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고, 도대체 지금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