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본 로열발레단의 ‘Swan L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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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1 00:24:11
조회 : 12060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본 로열발레단의 ‘Swan Lake'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본 로열발레단의 ‘Swan Lake' >
지난 3월초 런던 방문 동안 코벤트가든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로열발레단의 < 백조의 호수 >를 보았다. 이 평론은 평자가 런던에 약 1주일 있던 동안인 지난 3월 8일과 13일의 공연 두개를 모두 본 후, 3월 13일 공연 위주로 적는다(이 두개 공연 모두의 주역은 로버타 마르케즈와 요한 코보그 였다).
사실 런던 도착 이틀 만에 본 첫날 공연을 볼 때는 약간 혼란스러웠다. 백조 군무 의상이 ‘튀튀’가 아니고 ‘로맨틱 튀튀’의 분위기라서, 상쾌한 백조의 느낌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3막의(로열발레단 버전은 2번의 인터미션을 갖는 4막 공연이었다) ‘6공주의 춤’에서도, 공주들이 손에 털 부채 같은 것을 들고 있어서, 섬세한 느낌을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원작자의 예술 능력을 완전히 뛰어 넘던지, 혹은 원작자와 비슷한 수준에서 창의적인 포맷과 이미지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사실상 그런 재안무는 원작에 대한 예술적 범법행위가 된다. 하지만 두 번째 보는 이날 공연에서는, 로열발레단의 고유의 정체성 같은 것을 느끼게 해주기도 했다.
자신들만의 ‘버전’을 만들겠다는 노력이 더욱 명쾌하게 보이고 있었고, “오늘 공연을 한 번 더 보길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는 것이다. 막이 오르고 곧 이어지는 남자 1인과 여자 2인의 파 드 트리오는 맑고 탄력 있으면서도 깨끗하다. 8쌍의 처녀 총각들의 춤도 집사의 익살스러운 행동까지 가미되어, 즐겁고 선명하게 이루어진다.
깊은 전통이 빛나는 고색창연한 색상의 의상을 입은 군무들이 기품어린 클래식의 느낌을 무대에 가득 채운다. 호수가 삼림에 낡은 뼈대만 남은 건물이 앙상한 모습으로 보이는 2막이 시작된다. 순백색 튀튀의 백조여왕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왕자와 신비로운 만남을 이룬다.
백조 군무들이 로맨틱 튀튀 길이의 백조 날개 같은 것을 치렁거리게 단 의상을 입고 나타난다. 백조 여왕을 두고 원의 포맷을 이루는 모습은 환상이다. 그런데 달빛 교교한 호숫가의 숨 막히는 백조 군무의 느낌은 덜하다. 아마도 순백색 튀튀의상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군무들의 도열 속에 이루어지는 왕자와 백조 여왕의 2인무는 고귀하고 선명하다.
왕실의 만찬장에서 이루어지는 3막은 오른 손에 털 부채 같은 것을 든 6공주들의 춤으로부터 시작된다. 각국의 캐릭터댄스도 강하고 에너지 넘치게 이루어졌다. 드디어 왕자와 흑조 여왕의 2인무가 일어난다. 냉정한 흑조로 변한 마르케즈의 테크닉이 뛰어나다. 요염한 흑조가 된 마르케즈의 깊은 감성이 살아있는 움직임이 표현력 있게 이루어진다.
요한 코보그의 회전과 점프도 무게 있고 정확하다. 이제 다시 밤의 호숫가가 된 제 4막에서는, 22마리의 백조가 나타나 타원의 도열을 이루다. 흑조 8마리도 나타난다. 주로 수직을 이루는 우아한 군무가 치밀하고 깨끗하게 이루어지는데, 아무래도 이바노프 원전의 군무보다는 가슴이 시릴 듯한 숨 막히는 느낌은 덜하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이들은 자신들의 작품에서, 로열발레단 고유의 색깔을 가지는 노력을 끝없이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백조여왕이 왕자의 실수를 용서하고, 둘은 깊은 사랑의 파드되를 만들어 나간다. 이때 악마가 나타나 둘의 사랑은 무효라고 한다. 백조여왕이 죽음 속으로 몸을 던지고, 왕자도 함께 죽음으로 사랑을 완결시킨다.
다시 백조 군무들의 정결한 앙상블이 수직의 느낌으로 이루어지고, 무대 후방에는 왕자와 백조여왕이 탄 은빛 배가 영원의 세계로 향하고 있다. 백조들 모두 무릎을 깊게 꿇은 자세로, 이들의 경건한 사랑을 축원한다.
약 6일 만에 다시 본 이날 공연을 보고 평자는 공연을 한 번 더 보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영국 방문동안 두 번째 본 이날 로열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은, 처음 관람 때보다 훨씬 명쾌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맹목적인 모방보다는 자신 고유의 발레를 만들어 내겠다는 로열발레단의 노력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작품 일부에서, 쁘띠빠, 이바노프 원작의 통쾌하게 폐부를 찌르는 무서운 예술성 같은 것을 느낄 수 없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영국 발레 특유의 교과서적인 서정성을 가득 담은 로열발레 특유의 발레를 - 이들의 고유 정체성 찾기 노력과 함께 -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