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하우스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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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1 10:28:41
조회 : 12855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오페라하우스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오페라하우스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
지난 3월 초순 약 2주일동안 프랑스와 영국을 다녀왔다. 2~3년 만에 한두 번씩은 가보는 곳이지만, 이번 선진 공연예술(performing arts) 국가의 공연취재 여행에서도 또 느낀 것이 많다. 특히 이번 여행 동안 거의 날마다 집중해서 방문해보고 관찰해 본,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와 프랑스 파리오페라하우스의 예술 ‘조직’ 혹은 ‘구조’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 극장을 방문할 때 마다, 이들은 뭔가 극장 전체적으로 함께 유기적으로 움직여, ‘예술창조’ 작업에 매진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즉 이들의 ‘오페라하우스’라는 ‘극장’은 단순한 하나의 건축물이 아니라, 완벽하고 치밀한 예술창조 작업이 일어나는 ‘예술창작단체’의 개념이었고, 각자의 독특한 예술적 향취가 넘쳐흐르고 있는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표를 팔고 공연을 하는 단순한 극장의 개념도 있지만, 그 이전에 스스로가 완벽한 예술창작 집단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파리오페라하우스에서 본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창작발레 < Le Parc(공원) >나,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본 로열오페라의 현대화된 오페라 < Flying Dutchman(방황하는 네덜란드인) > 등의 높은 예술성은 경이롭기만 했다.
이들은 이런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오페라하우스’ 혹은 ‘극장’ 전체의 차원에서, 그리고 또한 스스로가 ‘공연장’이라기보다는 ‘공연예술 창조단체’라는 개념 속에서, 음악, 무용, 무대예술, 의상 등 모든 예술이 함께 협력하여, 시대를 앞서나가는 창작예술을 만들어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오페라하우스’ 혹은 ‘극장’들의 현황은 무엇일까? 현재 우리나라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등등 은 주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들은 대관업무를 위주로 하고 있다. 자체 공연예술을 새롭게 창조하여 만드는 시스템도 거의 없고 능력도 부족하니, 주로 건물임대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여관이나 여인숙처럼 외부 공연단체에 대관을 해주고,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것이 최우선으로 되어있다. 물론 이런 건물들에 가보면, 예술의 향취라고는 거의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냥 커다란 극장 건물을 지어놓고 임대업을 하고 있는 것처럼 되어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예술창조가 잘 되지 않으니까, 그리고 혹은 예술창조라는 개념이 아예 전무하다시피 하니까, ‘오페라하우스’에서 싸구려 뮤지컬 장기공연도 하고, 대중가수가 공연을 하겠다고 해도 같이 ‘시비’를 붙고 있어야 한다. 가끔 자체 기획공연 등등의 낯간지러운 말을 갖다 붙이며 공연하기도 하는데, 선진 외국 오페라하우스의 본격적인 예술창조 작업과는 비교의 대상이 되지를 않을 것이다.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나 프랑스 파리오페라하우스에서 대중가수가 공연하겠다는 말을 꺼내는 적이 없다. 뮤지컬 공연도 상상을 하지 못한다. 이 나라들이 고급예술(high art)만 사랑하고, 대중예술(popular art)의 중요성을 못 느껴서가 아니다. 사실은 이런 면에서도, 우리보다도 훨씬 더 개방되고 민주화된 나라다.
그런데 왜 그런 일을 상상할 수도 없는가? 이곳의 오페라하우스들은 벌써 자신들의 클래식 발레나 오페라 공연 스케줄들만 하더라도, 거의 1년 내내 공연장을 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파리오페라하우스 가르니에극장 같은 경우는, 자체 클래식공연도 모두 소화시키지 못해, 따로 거대한 오페라하우스(바스티유오페라하우스)를 하나 더 지어서 자신들의 공연을 모두 소화시킨다.
그러면서 이들은 거의 날마다 수천 객석을 가득 메우면서, 전 국민들과 세계인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클래식 예술극장이 되어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꼭 하나 확인해보고 가야할 것이 있다. 이들 클래식예술 공연 선진 국가들의 오페라하우스의 조직에 대한 것이다. 이들 오페라하우스에는 극장 산하의 발레단, 오페라단, 합창단,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있다.
당연히 오페라하우스의 오케스트라는 거의 날마다 열리고 있는 발레 공연이나 오페라공연의 연주를 한다. 그리고 자체 공연도 한다(평자는 마침 이번 여행 동안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로열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등이 협연하는 베르디의 ‘레퀴엠’ 콘서트를 보기도 했다).
합창단은 성악 연주가 필요한 ‘호두까기 인형’ 공연 등 클래식발레 공연에도 협연하지만, 주로 오페라 공연에서 활약한다. 사실 각국의 오페라단 상임단원은 10손가락 안에 드는 인원이다. 따라서 이 합창단원들이 사실은 오페라 단원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발레단에 10여명의 주역들과 수십여 명의 군무들이 함께 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이들은 이렇게 발레단, 오페라단, 합창단, 오케스트라 등이 함께, ‘오페라하우스’라는 하나의 조직에 소속되어, 여타 무대 미술가들이나 의상가들 등의 도움을 받으며, 엄청난 예술창조의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함께 세계의 존경을 받는 클래식발레나 오페라 등을 거의 1년 내내 자신들의 무대에 올리면서, 시즌 때 마다 객석을 놀라게 하는 작품들을 창조 및 재창조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우리나라의 현실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국립’이라는 이름을 붙인, 발레단과 오페라단과 오케스트라, 합창단이 있었거나 있기는 한데, 모두 갈가리 찢어져서 콩가루 집안이 되어있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서구의 전통적 오페라하우스 개념을 가지고 예술단체를 설립한 시기가 있었다. 1960년 대 초반 국립극장에 ‘국립발레단’, ‘국립교향악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 등이 함께 만들어져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종합예술’의 근본적인 개념조차 없는 각 예술단체의 장르 이기주의와 예술적 능력이 없는 예술단체장 등등의 문제점 때문에, 서로 협력을 이루는 공연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각 단체의 단원들이 철밥통이 되어있는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세월을 보내던 어느 날, 국립교향악단이 KBS로 간다고 하며 떠나버린다.
그리고 또 어느 날, 국립발레단과 국립오페라단이 독립운영, 자립경영 운운하면서 찢어져 나가고, 이에 덩달아 국립합창단도 찢어졌다. 침체된 예술 분위기 속에서, 아무도 어떤 예술적 ‘조직’의 중요성은 생각해 보지도 않으면서, 그냥 모든 것들이 발기발기 찢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 결과의 현실은 참혹하다. 현재 국립발레단 같은 경우는 지난 10여년 이상동안 올바로 창작된 대작발레 하나를 만들지 못했다. 이제 거의 아무런 예술창조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껏 하는 것이, 국민의 피 같은 혈세를 주고, 외국 안무가들의 작품이나 사와서 공연 하고 있다.
또한 ‘자율경영’을 부르짖으며 찢어졌지만, 국립발레단이나 국립오페라단 같은 경우는 아직도 피 같은 국민의 혈세를 한 해 수십억 원씩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계속 쏟아 붓고 있다. 그리고 자율을 부르짖었지만, 나태한 담당 관료들의 감시망 속에서, 예술단체로서는 있을 수 없는 부정적 행위를 보이기도 했다.
즉 국립오페라단의 경우, 후원금 담당직원이 수억 원대의 오페라단 후원금을 횡령하여 경찰에 수사의뢰 되기도 하고, 국립발레단의 경우는 공익을 위해 객관적인 평론활동을 하는 무용평론가를 악의에 의해 명예 훼손하는 글이 자신의 게시판에 게재된 것을 알고도, 그리고 당사자의 삭제요청을 받고도, 법을 어겨 가면서 방치하여, 그 평론가의 제소를 받아 법정에서 패소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자율을 부르짖고 나간 ‘국립’들이 세계적인 예술작품의 창조는 고사하고, ‘경영’ 자체도 엉망이라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은 다시 ‘기본’으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오페라하우스’라는 것이 있기는 있다. 그런데 그것은 건물만 덜렁 있는 경우가 된다. ‘예술적 실체’나 ‘예술창조단체’라는 개념에서의 오페라하우스라는 조직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들에게 제일 급한 것은 콩가루 집안이 되어있는 예술단체들부터 제자리에 다시 모아야 한다.
예술의 전당(이때는 국립극장이나 세종문화회관도 같은 맥락에 있어야 한다)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되는 것이 ‘여관’이나 ‘여인숙’ 같은 임대사업을 하거나, 식당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피 말리는 창작 작업을 통해,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는 것이다.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국립합창단 포함), 국립오케스트라를 하나의 구심점이 되는 오페라하우스에 모아야 한다. 이는 기존의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가 그 역할을 해도 되고, 새로 만들어진다는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등에서 해도 될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함께 시너지효과를 이루어, 놀라운 새로운 예술을 창조해 낼 수 있게 하고, 세상의 존경을 받는 예술 단체들이 되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더 이상 이들이 콩가루 집안이 되어 국민의 혈세나 축내는 예술단체처럼 보이게 해서는 안 된다. 앞에서도 보았지만 이는 특별히 난해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잠시 정신을 놓아 잃어버리고 있던, ‘오페라하우스’의 기본 중의 기본 개념으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