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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우리나라 발레공연의 선정적인 홍보와 보도

기타 / 2009-05-18 01:51:47 조회 : 12112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우리나라 발레공연의 선정적인 홍보와 보도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우리나라 발레공연의 선정적인 홍보와 보도 > 지난 3월 초순 프랑스 파리오페라하우스에서 본 파리오페라발레단 앙헬 프렐조까주 안무의 < Le Parc(공원) > 공연은 세계 발레와 무용을 선도하는 창작 대작발레였다. 객석을 숨 막히게 만드는 창의적인 움직임과 이미지의 창출로 현시대 모던발레(혹은 네오클래식발레)의 나갈 길을 명확히 보여주던 매혹적인 창작발레였다는 것이다. 이틀에 걸쳐 이 공연을 2번씩이나 보면서 평자는 계속해서 프렐조까주야 말로 정말 이 시대를 견인하는 젊은 안무가가 아닐까 생각했고, 그는 천재일 것이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이 현대적 낭만을 그리는 작품에서는 적지 않은 키스 장면이 나온다. 주역무용수들의 2인무에서, 평자가 기억하는 발레 중에서는 가장 긴 시간동안 키스하는 장면도 있다. 남자 주역이 여자 주역을 안은 채, 키스를 하면서, 오랫동안(아마도 10회 이상) 여자 주역을 허공에 휘돌리는 장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3막에서는 공원 유적의 8개의 큰 원형기둥 아래서, 8쌍의 군무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포즈로 키스하는 장면도 있다. 여자무용수들이 두 팔을 가장 로맨틱한 포즈로 만들어 남성무용수들의 목을 끼며 이루는 사랑스러운 키스장면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어서 남자가 남자에게 키스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의 키스들은 하나도 외설적이지 않았다. 공연 전체의 흐름을 보면, 그냥 그런 장면이 작품 스토리 전개를 위해 포함되어 있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정도이다. 굳이 미학적으로 표현한다면, 예술로 승화시킨 에로티시즘이나 위트가 매혹적으로 작품에 장치되어있는 경우가 된다. 공연이 끝난 다음 파리오페라하우스 가르니에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있었다. 이때 나타난 이 작품의 천재적 안무가 프렐조까주는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받다가 중간에 멋쩍어 하면서(마치 모든 공을 무용수들과 다른 제작진에게 돌리려 하는 듯이), 사라져 버리는 모습에서 평자는 이 젊은 안무가의 또 다른 예술적인 힘을 느끼면서, 프렐조까주 야 말로 정말 순수한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세계적인 젊은 안무가가 한국에 온 적이 있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다시는 한국에 오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남기고 간 적이 있다고 한다. 프렐조까주는 몇 년 전 그의 정말 또 다른 매혹적인 창작무용 ‘봄의 제전’을 서울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그 당시 공연 전 기자회견에서, 작품 전체의 흐름에 대한 것이나 안무가나 작품의 예술적 미학적 경향 등 작품의 예술적 의도나 의미에 대한 질문보다는(늦게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사람까지 반복하여 약 5명 정도가), 작품 후반에 나타나는 군무들의 누드에 대해서만 반복하여 묻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당시 그 행사를 주최하는 측의 ‘홍보’라는 것이 그런 식이었다. 세계 최고의 예술적 표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걸고 있는 예술가의 작품에 대해, ‘나체’운운 위주의 외설적 홍보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당시 평자가 본 프렐조까주의 ‘봄의 제전’은 결코 외설이라는 느낌이 없던, 고귀하고 완벽한 예술작품이었다. 파리 방문을 마치고 3월 중순에 우리나라에 돌아와서 밀린 신문들을 보니까, 장 크리스토프마이요가 안무가 한 국립발레단의 ‘신데렐라’ 공연에 대한 홍보성 기사(혹은 보도)가 많았다. 그리고 제목이나 내용을 보면, “격렬한 키스”, “발레 맞아?”, “격렬하고 깊은 장면”, “격렬한 키스로 객석을 압도 한다” 등등의 선정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이 작품도 우리나라 국립발레단에서 하고 있지만, 우리 국립발레단이 창조한 것이 아니다. 이 작품은 몬테카를로발레단의 안무가인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안무한 것이다. 이런 식의 홍보나 보도에 대해 마이요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평자는 아직은 잘 모른다. 하지만 마이요의 작품도 결코 키스가 강조된 외설스러운 작품이 아니었다. 키스 장면도, “그런 장면이 있었나?” 할 정도로, 예술작품의 문맥(context)을 이어나가는 하나의 ‘과정’이었다. 발레공연에 대한 싸구려 저질의 선정적 홍보나 보도는, 여러 각도에서 발레의 예술적 존엄성을 무너뜨린다. 첫째, 클래식발레라는 지고지순한 예술을 희화화 시킨다. 두 번째, 이를 통해 발레예술인들의 기품과 자존심을 무너뜨리다. 세 번째, 일반 대중들이 발레를 그런 식으로 접근 할 수 있게 만든다. 네 번째, 예술 창조자들(발레 안무가들)의 예술 혼을 더럽히고 갉아먹는다, 등등이 된다. 몰상식한 싸구려 저질 홍보나 그에 놀아나는 선정적인 보도는 올바른 우리 발레발전의 발목을 잡고, 발레예술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에 큰 오해를 심어준다. 이런 홍보와 보도 때문에, 프렐조까주의 명품 발레 ‘Le Parc'는 한국에서 보기는 힘들어져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보다도 더 견딜 수 없는 것은, 이 세계적인 순수하고 젊은 뛰어난 안무가가 한국의 문화수준을 얼마나 낮게 보고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도대체 누가 이 사람을 다시 설득하여, 우리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고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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