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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남아트센터의 다양한 공연 및 전시회에 대한 감상평을 함께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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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

철밥통, 국립발레단과 국립오페라단 그리고 오페라하우스

기타 / 2009-11-02 01:49:05 조회 : 12292

Name 무용평론가 송종건 Subject 철밥통, 국립발레단과 국립오페라단 그리고 오페라하우스 Homepage http://dancecritic.com.ne.kr < 철밥통, 국립발레단과 국립오페라단 그리고 오페라하우스> 무용 공연의 현장에 있으면서 평자는 정말 자주, 도대체 우리나라 문화부라는 데는 올바른 의미에서 ‘문화정책’이라는 기본적 개념이라도 있는가 하는 생각을 가진다. 그리고 문화부 관료라는 사람들이 문화예술 현장의 실상을 한 번이라도 올바른 시각에서 바라보려는 전문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지 하는 환멸을 느낄 때가 많다. 중앙일보 2009년 10월 1일자 34면 기사 중 ‘국립극단 법인화’ 내용을 보면, “(이번 국립극단의) 법인화 추진의 주된 이유로 문화부는 ‘예술성 향상’으로 꼽았다. 박순태 예술정책관은 ‘지금껏 국립극단은 경직되게 운영돼 왔으며 특별한 경쟁 없이 안주해 온 게 사실’이라며 ‘밖으로 나가 작품으로 관객과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기사는 “문화부 관계자는 ‘국립극단 단원만 되면 1년에 무대 한번 안 올라도 주는 월급 다 받는다. 정년도 없다. 세상에 이런 ‘신의 직장’이 어디 있는가. ‘국립예술단체=철밥통’이라는 인식을 완전히 뜯어 고칠 것’이라고 전했다”라며 이어진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하나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과연 이 ‘철밥통’을 누가 혹은 무엇이 만들어 왔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예술 단원들의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연의 현장에서 있는 평자가 보기로는 가장 큰 문제는 이를 방치한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각 공연 단체의 책임자들의 - 흔히 ‘단장’이라고 하는데, 요즈음은 무슨 바람이 났는지 ‘예술감독’ 등의 직책 이름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 창작능력 부재 때문이다. 단원들이 아무리 빛나는 공연을 열심히 하고 싶어도 아무런 예술창작 능력이 없어, 거의 1년 내내를 ‘철밥통’으로 지내는 국공립공연예술단 단체장과 단체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이런 가장 기본적인 내막을 모르는 듯한 문화부의 ‘정책’이라는 것에 환멸을 느낀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중순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과 키르키즈스탄을 방문하여 그 지역의 문화예술인들 등과 만나 대화하며 그 지역의 문화예술 현황을 살피면서도,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의 이 비슷한 ‘시스템의 붕괴’ 혹은 ‘철밥통’의 현상을 다시 한 번 각성할 기회가 있었다. 우선 카자흐스탄 국립발레단 단장 라마잔을 인터뷰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나라 국립발레단과 비슷한 여건의 - 우리나라 국립발레단의 인원도 80여명이고, 카자흐스탄 국립발레단 단원들의 인원도 80여명이었다 ― 이 카자흐스탄 국립발레단이, 약 2개월 동안의 여름 휴가기간을 빼고는, 1년 내내 1주일에 2번씩 카자흐스탄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발레애호가들이 매주 금요일과 일요일 카자흐스탄 국립극장에만 오면 무조건 발레를 감상할 수 있는 상설 공연 시스템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극장에 소속되어 있는 카자흐스탄 국립오페라단도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2회씩 공연하여 사실상 국립극장을 클래식 예술 상설 공연장 시스템으로 운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2번씩 공연한다는 것은 1년이면 휴가를 빼고 약 80회 정도 공연이 일어나는 것이고, 특히 발레단의 경우에는 오페라 공연에 발레 장면들이 많이 삽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거의 날마다 공연을 준비하는 긴장된 준비 속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키르키즈스탄으로 넘어가 그곳의 발레 현황도 들을 수 있었다. 2009년 8월까지 키르키즈스탄 국립발레단 단장이었던 독트벡은 키르키즈스탄 국립발레단의 단원들은 약 35명 정도 되는데, 정기적으로 2주일에 3번씩 발레 공연을 한다고 했다(물론 키르키즈스탄 국립오페라단의 공연 회수도 똑 같다). 우리나라 국립발레단 보다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여건에 있는 키르키즈스탄 국립발레단도 1년에 60회 정도의 발레 공연을 키르키즈스탄 국립극장에서 정기적으로 공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국제화 시대에서 각 국가의 문화예술의 의미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주 키르키즈스탄 한국대사관 김병호 대사도 “언어나 대사가 사용되지 않는 발레가 오페라 보다는 국제 문화교류에는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거의 전문가적인 의견을 이야기하면서, 키르키즈스탄 국립발레단과 키르키즈스탄 국립오페라단의 활발한 활동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립발레단이나 국립오페라단의 현실은 무엇인가? 2009년 국립발레단의 같은 공연을 4 -5 회 정도 반복하며 이루어지는 대작발레 공연회수는 4번 혹은 5번 정도가 된다. 국립오페라단도 비슷한 경우이다. 따라서 물론 우리나라의 ‘오페라하우스’라는 곳에 가보면, 국립발레단이나 국립오페라단의 정기적 상설 공연은 찾을 수가 없다. 국민의 피 같은 혈세로 클래식공연예술 공연을 위해 지어진 ‘오페라하우스’에 가도 국립발레단이나 국립오페라단의 공연을 거의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외국 오페라하우스에서 뭣을 보기는 보았는지, 오페라하우스의 지하 엘리베이터 양쪽 벽면에 국립발레단과 국립오페라단의 큰 사진들을 나란히 쭉 걸어두기도 했다. 그리고 그 오페라하우스 건물에 두 ‘국립’ 단체의 사무실과 수십 명의 행정직원들은 상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무실과 수십 명의 직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우리나라 오페라하우스의 시설이 카자흐스탄이나 키르키즈스탄의 국립극장 시설 보다 떨어져서일까? 평자가 보기로는 재작년에 한번 불로 홀라당 태워 먹어서 그렇지, 세계 최고의 시설이다. 바로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예술의 전당의 ‘오페라하우스’는 철밥통 중의 철밥통이다. 어떻게 같은 여건의 - 혹은 더 열악한 여건의 - 다른 나라 국립발레단이나 국립오페라단의 공연회수보다 1/10도 안 되는 공연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왜 ‘상설 공연’의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국립발레단이나 국립오페라단은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다가 정말 어쩌다가 한 번씩 공연을 하게 되면, ‘기자회견’을 하고 온갖 어중이떠중이 들을 다 모아 놓고 ‘파티’를 하고 난리를 부린다. 그런데 선진 외국의 국립발레단이나 국립오페라단은 이럴 이유나 시간이 없다. 공연이 일상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평자는 많은 선진국들의 오페라하우스나 국립극장들을 방문했다. 영국의 로열오페라하우스, 미국의 링컨센터, 프랑스의 파리오페라하우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극장, 러시아 모스크바의 볼쇼이극장 등등이 된다. 그런데 이런 극장들은 방문때 마다 - 해마다 약 2개월 동안의 여름 휴가기간을 빼고 -, 각 국가의 ‘국립’ 발레단이나 ‘국립’ 오페라단의 풍요로운 공연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하지만 평자는 그동안 이 부분을 가능하면 직접 비교하여 글을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문화예술 선진국들의 여건이 우리 보다 훨씬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즉 우리나라 국립발레단의 인원이 80명이면, 러시아 키로프발레단의 인원은 300여명이었고,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인원은 180여명 정도 되었다. 그러나 이번 평자가 직접 방문하여 확인해 본 국가의 발레단이나 극장의 여건은 결코 우리 보다 나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다 훨씬 더 많은 공연을, 그것도 ‘상설화 하여’ 공연하고 있었다. 이들은 1년에 수십 개의 레퍼토리를 가지고, 끊임없이 공연해 나가는 말 그대로 ‘프로’ 공연단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단원들에게 끊임없는 예술연마를 가능케 하고, 새로운 역할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주역으로 혹은 스타로 커나갈 수 있는 기회도 줄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프로 공연예술단으로 예술성도 현저히 향상되어 나갈 것이다. 물론 거의 아무런 죄가 없는 단원들이 문화부 관료들로부터 ‘철밥통’이라는 소리를 전혀 듣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사실은 바로 이런 ‘시스템’은 국립발레단과 국립오페라단과 국립의 오페라하우스가 만들어져 있는 나라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되는 기본 중에도 가장 기본적인 ‘시스템’이다. 이미 다른 곳에서 여러 번 지적했지만, 오페라하우스라는 곳이 여관이나 여인숙처럼 임대업을 하는 곳이 아니다. 오페라하우스는 예술창조 시스템이요 집단이다. 즉 서구 선진국의 오페라하우스에는 발레단, 오페라단(흔히 합창단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리고 이 두 단체의 연주를 맡는 오케스트라 등으로 짜인다. 이들이 완벽한 예술협력(artistic collaboration)을 이루면서 오페라하우스는 단순한 극장건물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창조 시스템이요 집단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오페라하우스에서 이런 시스템의 냄새라도 맡을 수 있는가? 거의 포기해야 되지 않나 하는 정도로 엉망이 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끝까지 그 대안을 찾아보자. 우선 첫 번째는 무엇보다도 ‘독립 법인’ 운운해가며 콩가루 집안처럼 발기발기 찢어져 흩어져 있는 발레단 오페라단 그리고 오케스트라를 오페라하우스 산하의 상주 단체로 모아야 한다. 시스템을 잘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전문가의 철저한 관리 속에 상설적인 공연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잠시 다시 조선일보 2009년 10월 1일자 A19면의 ‘문화부 내년 예산 계획’이라는 소제목의 기사를 보자. “...내년 문화부 예산은 3조423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했다.... 국립오페라단 발레단 합창단 등은 올해보다 최고 30억 원까지 많은 예산이 배정돼 공연 횟수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라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동안 국민의 피 같은 혈세를 최고 30억 원까지 더 쓰지 못 했기 때문에 공연 횟수가 작았을까? 평자는 아직까지 국립발레단이나 국립오페라단 등이 한해 얼마의 국민의 혈세를 쓰는지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 물론 이 부분도 언젠가 철저히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거의 하나 확실한 것은, 완벽한 시스템이 갖추어지고 전문가(혹은 전문 관료)의 철저한 통제 속에 그 시스템이 감독되며 작동되기 전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 이상 아무 것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정말 예술 창의능력이 있고 활발한 공연 확대에 사명감을 가지고 몸을 던질 수 있는 정말 실력이 있는 단장(혹은 예술감독)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는, 정말 문화부 관료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로비나 당하는 허수아비가 되어서는 안 되고, 정말 국가 백년대계의 초석을 놓고 올바르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굳건한 동량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 그 모든 책임은 국가의 예산을 집행하고 관리하는 문화부 관료들이 져야 한다. 이미 앞에서 보았지만 이 글의 서두에 나타난 중앙일보 기사에서, 어느 문화부 관계자가 “국립극단 단원만 되면 1년에 무대 한번 안 올라도 주는 월급 다 받는다. 정년도 없다. 세상에 이런 ‘신의 직장’이 어디 있는가. ‘국립예술단체=철밥통’이라는 인식을 완전히 뜯어 고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잘못 된 '시스템'을 문화부에서는 왜 그렇게 오랫동안 방치했는가? 그런 것을 빠르게 파악하여 신속하게 ‘완전히 뜯어 고치는 것’이 바로 문화부에서 해야 되는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국립극단 단원을 문화부 관련자가 ‘철밥통’이라고 칭할 근거가 하나도 없어진다. 사실은 그 문화부 관료 그 사람 자체가 ‘철밥통’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이 글에서 나타난 우리 국립발레단과 국립오페라단, 그리고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의 이 시급하고 심각한 문제를 담당 책임부서인 문화부에서 빠르게 시정하고 조치하여, 우리나라 클래식 공연예술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고 국민의 혈세로 조성되는 국가예산 사용의 효율성을 극대화 시켰으면 한다.(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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