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에서 호젓하게:성남시립국악단 '오래된 길'
공연 /
2012-10-12 11: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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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터덜거리는 지하철 소음에 몸을 맡기며 앉아있던 주변을 둘러보다 성남시립국악단에서 피리, 거문고, 아쟁, 판소리를 한다는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전 지인으로부터 피리소리의 음역대가 우리 가슴의 중단전을 화-악 열어주고 편안하게 명상으로 이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한 번 가볼까 해서 예매를 했는데, 우와아~ 가격이 무지 착했다. A석은 이미 남아있지 않았고 B석을 택해야 했는데, 5,000원이라니..... 그것도 무대 바로 앞 가운데 제일 앞자리가 B석이라니...
징소리가 울리고, 악단 멤버들이 입장하고, 지휘자가 등장하여 박수소리가 잠잠해지면서 아마 피리, 대금등이 먼저 시작했던 것 같다. 순간적으로 가슴이 찡해오면서 딱딱했던 뭔가가 쑤욱 열리는 느낌. 첫 음을 들은 뒤부터 '와, 대~박!' 점점 아쟁, 해금, 가야금, 거문고 등도 힘을 합해 눈을 감으면 마치 깊은 산속에서 풍욕을 하는 듯한 느낌이... 피리 협주곡은 가슴을 뻥 뚫어 시원하게 내 마음을 열어주었고, 거문고 병창에서는 처음에는 팔도유람에 옛 선비들의 여유를 짐작할 수 있었지만, 나중에 이어지는 곡에서는 슬픈 기운에 돌아가셨던 할머니가 생각나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김일구님의 아쟁연주에서는 솔로부분에서 관객을 보며 장난기 어린 미소로 관객에게 손을 내미시는 모습이 따뜻했고, 수궁가 또한 구성진 가락과 재미있는 별주부의 입담, 연륜에서 나오는 구수한 목소리의 장관! 서양 오케스트라와 달리 우리 가락을 들으며 인생을 느끼고 여유롭게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호흡, 박자를 느낄 수 있었다. 조통달님께서 오늘 오신 분들은 복받으신거라고 하신 말씀에 저절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벅차오르는 감동이 온 몸에 좌~악 와 닿는 축복을 누리며 앵콜없는 깔끔한 마무리에 좀 섭했지만 정말 좋은 공연을 마주하여 너무 행복했다. 다음 공연엔 미리 꼭 찾아봐서 놓치지 않고 지인 몇 분 더 모시고 와서 이 행복을 함께 누리리라. 공연해 주신 모든 분 정말 감사드립니다.^^